이제 선톡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쯤 필요한 관계 정리에 대해

by 이명선

나는 주로 선톡하는 사람이다.

사람 만나기도 좋아하고 말하기도 좋아하고 주변의 잡다한 일에 호기심도 많고 성질도 급한데 손까지 빨라서일까.

국회의원에 나갈 것도 아니고 영업직도 아닌데 항상 그랬다.

친한 친구나 가족은 물론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나 단체 채팅방에서도 대부분 선톡을 보낸다.

몇 년 전에 알고 지내던 집의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갔다는 소식을 들으면 축하해 주고 싶고, 누군가와 함께 갔던 장소를 지나면 그녀는 요즘 어찌 지내나 궁금해져서 먼저 톡을 보낸다.

-늘 먼저 연락해 줘서 고마워요.


이 말이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선톡을 안 하려고 한다.

나는 그저 쉽게 보내는 톡이지만 왠지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고 선톡을 자주 는 사람이 '심리적 '로 여겨질 것 같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우리가 연락할 일이 있을까 궁금해질 때도 있다.

-늘 먼저 연락해 줘서 고마워.


라고 말한 친구는 결국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몇 달 만에 보는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는데 아무런 진행이 없었다. 나는 평소처럼 먼저 톡을 남기려다 그만두었다.

톡방의 이전 기록들을 쭉 올라가 보니 역시나 거의 내가 먼저 톡을 남겼었다.

어디, 내가 먼저 말 안 하면 어찌 되나 보자, 하는 쩨쩨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밤에 한 친구가 말문을 열어서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만약 아무도 먼저 약속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나도 그냥 다른 일을 하며 잊은 듯 보낼 생각이었다.

그 친구들을 좋아하지만 갑자기 심술이 났던 것이다.


고의적 '선톡참기 '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생각해 보니 나는 선톡을 하는 사람이지만, 다른 친구는 무언가를 잘 사주는 사람이다. 또 다른 친구는 곧잘 차를 가져와서 우리를 태워 이동하고 집에도 데려다준다.

오늘도 친구가 집 앞에서 내려줘서 들어오는데 그녀들에게 선톡 좀 했다고 속으로 꽁했던 게 미안했다.

친구들은 각자의 방식과 스타일대로 우리의 관계에 임하는 것이었다.


나에겐 선톡이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충동적으로 선톡을 남발해 놓고, 왜 나만 맨날 먼저 톡 하냐면서 삐질 필요가 있을까.

이 무거운 나이를 헛먹었나 보다.


휴대폰에 쌓인 수많은 관계들 중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할 이름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항상 내가 먼저 안부를 물어도 손해 보는 기분이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다정한 선톡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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