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박정임 옮김, 이봄, 2018, 20-21쪽
엄마가 외할머니의 병문안을 가는 동안 회사원인 고모가 월차를 내고 유치원생인 리나를 돌봐준다. 아빠로부터 고모가 독신주의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리나는 고모와 반나절을 보내며 '독신주의'가 뭔지, 고모는 뭐가 되고 싶은지 등을 묻는다. 어리지만 생각이 깊은 리나의 질문에 고모도 솔직한 어른의 마음을 알기 쉽게 이야기한다.
조카를 봐주려고 월차를 쓴 고모와 고모를 따르는 조카의 다정한 쉼표로 이뤄진 하루다,
직장을 다닌 지 몇 년 안 된 사람에겐 휴가가 많지 않다. 근속연수가 적으면 휴가 일수도 적다.
직장인들은 하루 기준 근로 8시간을 완전히 쉬는 월차 대신 절반인 4시간만 쉬는 반차나 다시 절반인 2시간만 쉬는 반반차 등으로 쪼개서 가성비 있게 활용할 수 있는데 은행 업무나 공공기관 방문처럼 평일에 짬을 내야 하는 이슈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월차라는 용어는 없고 유급 휴가로 연차 휴가를 보장하는데 1년 근무 시 15일, 매 2년마다 1일씩 늘어난다. 연차 휴가는 연말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임금으로 환산돼 지급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별도로 매월 월차 휴가를 제공하는데 아직 1년 근속이 안 된 신입 사원들에게는 연차가 생기지 않으므로 한 달 만근시 하루의 휴가를 보장하는 복지이다. 근속 1년 미만자는 일 년에 총 11일의 휴가가 생기는 셈이다. 근로기준법에 의하지 않으므로 횟수나 유급 혹은 무급인지 등은 사내 규정에 따른다.
추가로 여성들의 권리인 생리휴가는 실제 생리일과 상관없고 월차, 연차 제도와 별개로 매달 하루의 휴가를 낼 수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무급 휴가로 처리되므로 사용 시 하루치 급여분이 빠질 수 있다. 회사 규정으로 유급 처리를 해 준다면 감사할 일이다.
생리휴가를 처음 썼는데 다음 달 급여정산서에서 '보건휴가 차감분 00원'이라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웬만하면 안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치 일당이 명확하게 일의 단위까지 숫자로 찍힌 것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나.
나 없이는 회사가 안 돌아간다는 생각은 오만함이다. 몇 년 전 대기업 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구속된다 어쩐다 뉴스가 한참일 때 '저 그룹은 회장이 없으면 망하는 거 아냐?' 하며 천진하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는 높든 낮든 한두 사람 때문에 살지 않고 한두 사람이 없다고 심장마비가 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회사는 자동화, 시스템화를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내가 아니어도 회사가 잘 돌아간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든 곧바로 대체될 수 있는 커다란 기계의 볼트와 너트 같은 존재란 소린가 할 수 있지만 그렇게 극단적인 말은 아니고 내가 이런저런 휴가를 쓴다고 회사에 큰 지장은 없다는 위안이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휴가를 쓰는 것은 팀워크를 고려하지 않는 행동이다. 팀 내 업무 흐름과 분위기 파악 후 눈치껏 휴가를 쓴다면 걱정이나 죄책감 없이 쉴 수 있을 것이다.
원만한 사생활에 필요한 휴가까지 포기하며 열심히 일을 하던 시절에는 경력이 쌓이고 직급이 높아지면 하급 직원 때의 고생을 보상받는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은 한 직장에서 미래를 기대할 만큼 오래 다니지 않는 추세라 언제 올는지 모를 미래에 대한 약속이 무의미하다.
얼마전에 휴가 제도를 잘 모르던 신입사원에 대한 논란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5개월차 신입사원이 입사달부터 매달 1회씩 월차를 사용했고 5개월이 되자 주 3일 휴가를 신청해서 허용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신입사원의 없는(?) 휴가를 반려했다는 당사자는 인사팀 직원일텐데 아마 관련한 공지나 교육을 수차례 했는데도 그런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불만이 있던 모양이다.
* 현직자의 말
3년 차 PM - 아무것도 내 심장을 뛰게 하지 않는다. '월차'라는 말을 들으면 살짝 기분이 좋을 정도? 그래도 '여름휴가'라는 말은 조금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