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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선 Oct 27. 2024

독립 그래서 어른

아마 당신이라도, 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했다. 셋 중 어떤 일을 떠올린다 해도 간신히, 간신히, 안간힘을 다해 할 수 있었다는 생각뿐이다. 과연 인생은 고시를 패스하는 것보다 힘들었고. 그나마 나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뿐이다. 오로지?


 오로지.


 그리고 그사이, 역시나 간신히-나는 작은 임대아파트 하나를 마련할 수 있었다. 비록 작고 초라한 곳이지만 입주를 하던 날 나는 울었다. 아마 당신이라도, 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치 꿈처럼-나는 두 발을 뻗고 자고, 아주 자주, 내 몫의 계란후라이를 먹으며 살고 있다. 그리고 간혹, 아주 가끔 


 나는 그 고시원의 작은 밀실을 떠올리고는 한다. 

 ...... 이제 그것은 먼 옛날의 일이고, 나는 비교적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 특이한 이름의 고시원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 박민규, <카스테라>, 문학동네, 2016, 302쪽



 

 불우한 이웃들의 일상과 안타까운 처지를 보여주고 그들을 도와주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가끔 보는데 항상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집의 아이들이다. 대부분 아직 학생들인데 과연 제대로 된 어른으로 자라고 어른의 권리와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부모나 조부모를 돌봐야 하는 아이는 아이로서의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데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길고 힘든 어린 시절을 버텨 마침내 보통의 어른으로 성장해 담담히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좋다.          


 나는 어른인가.

 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어른이 되고 싶은가.

 그런데 어른은 대체 무엇인가?


 세월이 지나면 누구나 성년이 된다. 그러나 나이가 차고 몸이 다 컸다고 다 어른스러운 어른은 아니다. 객관적인 조건뿐 아니라 내적인 성장을 포함한 개념이 어른이다.

 우리는 태도나 행동, 정신 등의 영역에서도 어떤 일정 수준에 도달하거나 기준을 충족한 상태를 어른으로 생각한다. 어른은 성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성숙까지 요구한다. 

 

 어른이 되려면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보통 중고등학교 때 찾아오는 사춘기를 지나며 정서적 독립을 먼저 마친다. 

 엄마와 한 방에서 같이 자다가 혼자 자면서 시작하는 신체적 독립은 더 커서 기숙사나 자취 생활을 하면서 확장하고 결혼으로 인한 분가가 완성형이 된다. 

 성인이 되어 직장을 가지거나 수입원이 생기면 경제적 독립이 가능하다. 

 최근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캥거루족 문제는 사실은 경제적 독립이 우선되어야 실마리가 보인다. 다 큰 자녀는 일단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완전한 독립이 가능해진다.

 즉 정서적, 경제적, 신체적 독립이 다 완성되어야 진짜 독립한 성인이 되고 사회에서 생각하는 어른의 기본 조건을 채운 것이다. 

 

 성인이 된 자녀는 몸과 마음 모두 부모와 적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 미성년 시절과는 달라야 한다. 초등학생 자녀와 고등학생 자녀가 다르듯 성인 자녀는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게 맞다. 

 데이터 연구자의 글을 보니 '어른'이라는 단어와의 연관검색어 1위는 '걱정'이라 한다. 사회에서 성인에게 요구하는 사항들은 많고 나의 욕구 역시 커지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불안과 걱정이 생긴다. 

 우리는 모든 '처음'을 맞이하며 사는데 어른이 된 것도 처음이다. 처음은 다 어렵다. 특히 '결혼'은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기준으로 여겨져서 그다음에 오는 것들이 부담스럽고 두려워 회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직장을 다니며 따로 살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하신다면 떳떳하고 알뜰한 경제적 독립을 먼저 하자. 단번에 될 수는 없지만 월급이 적으면 적은 대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서 점차 부모나 보호자에게 의지하는 비율을 줄여 본다.

 부모에게는 자식이 서른, 마흔이라도 아이처럼 느껴지는 법이다. 그런 마음은 이해하되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성실하고 신뢰가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내가 어른스럽게 잘하고 있는데도 간섭이 많은 부모님이라면 부모님의 문제이지 내 탓은 아니다. 


 육아의 최종 목표도 자녀의 완전한 독립이다. 모든 동물은 본능적으로 새끼를 독립시키려 치열하게 키운다. 어미만큼 자란 멀쩡한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구성원 한 사람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어른으로 독립을 해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사회인이 된 우리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며 또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현직자의 말

 입사 5개월차 신입사원 - 진정한 어른은, 낯선 사람에게 전화해서 할 말을 다 하는 사람이다. 전화하는 거 너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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