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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선 Dec 22. 2022

크리스마스는 어디에나

크리스마스 또 돌아왔네, 설레는 마음과 함께

 다시, 크리스마스다.


 대부분의 가정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고 선물 주 크리스마스를 재미있게 보낸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다 크면 크리스마스는 그냥 그런 공휴일이 된다. 교회나 성당을 다니지 않는 경우는 더 그렇다.


 우리 집 자매가 성인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매해 겨울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산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줄을 서서 케이크도 산다. 12월 24일  케이크 매장 안에는 미리 조립된 상자가 어른 키보다 높이 쌓여 있다. 

 그래도 일 년에 한 번 크리스마스인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섭섭해서다.

 

 올해 친구 집에 모여서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었다. 여러 가지 생화로 만 리스는 한철 따뜻하게 밝히고 조용히 시들어갈 것이다.


내가 만든 올해 리스 장식


 공들여 만들어 온 리스를 걸다 보니 문득 내 친구들 집의 크리스마스가 궁금했다. 나처럼 철없이 크리스마스가 좋아서 즐겁게 장식을 하는 친구는 누구일까?

 

 분명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을 거라고 추측한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랑스럽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산타클로스를 기대하는 어린 자녀들의 존재와 무관하게 크리스마스 자체를 사랑하는 주부들은 평소에도 집을 꾸미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북한산이 시원하게 건네 뵈는 마운틴뷰 맛집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가랜드다.

 집주인 적극적인 사회운동과 봉사활동을 바쁘게 하는 선배 S인데 여유시간에 남편과 둘이 발코니에 앉아 커피나 맥주 마시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부부가 나란히 앉아 바라보는 큰 창에 단순하지만 생기 넘치는 가랜드를 달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눈이 앉은 산은 영험하기까지 하다

 


 여행지에서 크리스마스 소품을 사 온다는 친구 L의 집은 원래도 호텔 같다. 

 오랜 세월을 거쳐 여러 도시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하나씩 모아 온 소장품한 장의 사진으로 보니 글로벌 아우라가 느껴진다.

 여행지에서  마그네틱들로 냉장고 앞면을 가득 채운 도 부러웠었는데 그 나라의 크리스마스 품고 먼 곳으로부터 같이 온 장식품들이라니 박수가 저절로 쳐진다.      


어디선가 오르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하는 선배 M의 집다. 

 비슷비슷한 초록 나무가 아닌 마음에 딱 드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갖고 싶던 선배가 인테리어 편집샵에서 보자마자 바로 구입했다고 한다. 전구가 달려 있는 나무 장식은 오너먼트를 바꿔 달면 그 어떤 기념일 연출도 가능하다.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크리스마스트리이다.

 어쩐지 미래 세계의 트리 같기도 하고 '수소전지 자율점등 트리' 같기도 하다.

  

도회적인 따뜻함이 있는 트리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을 사랑스럽고 귀엽게 꾸미기 좋아하는 직장 동기 Y살이 넘은 지금도 예전 모습 그대로다. 그는 믿음이 깊은 천주교 신자답게 아기 예수를 안성모상 주변을 꾸며 놓았다.

 성모상 옆에 차례로 배치한 스와로브스키 트리들을 가장 아끼는데 전역한 아들이 월급을 모아 엄마에게 선물해 의미 깊은 것도 있다고 한다.


겨울왕국 설산 느낌의 소품



 기한 산타할아버지 모양 마트료시카가 있다.

 K는 여행 중에 들렀던 장난감 가게에서 5단 산타 마트료시카를 구입했다. 평소에 이국적인 인테리어 소품을 좋아해서 수납장도 따로 있고 소품을 계절에 따라 다르게 진열하며 기분을 낸다. 인형들의 발아래 깔린 매트도 크리스마스 패턴이다. 이런 디테일이 있나. 


마트료시카는 5단 이상이 좋은 거라고 한다 - 나무위키피셜



 부캐로 도슨트 활동을 하는 직장맘 선배 L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접시도 바꾸고 러그를 새로 깔고 욕실의 수건까지도 산타와 트리 자수가 있는 걸로 바꿔 건다고 한다.

 선배도 외아들이나 남편은 시큰둥한데 나처럼 혼자신이 나서 이 기회를 만끽하는 게 아닐지.

 직접 만든 리스와 크리스마스 그림이 들어간 접시 몇 개만으로 풍요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주부의 바지런한 손길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이번이 남편과 함께 보내는 한 서른 번째쯤의 크리스마스인 것 같다.

  결혼을 하면 배우자가 떠날 때까지 평생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게 된다.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매해 돌아와서 별 거 아닌 거 같으면서도 또 결코 가벼운 일정은 아니다.  

  투스 스피커로 집안 가득 캐럴채우며 오늘부터 2월 25일 까지는 크리스마스 무드를 한껏 고 싶다. 


  크리스마스는 올해의 마지막 기념일이니까 말이다.


내가 자주 가는 쇼핑센터의 크리스마스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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