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1.~2023. 6. 30.
회사 내 최장 육아휴직자에 대하여
2014년 7월 1일부터 2023년 6월 30일까지.
내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한 기간입니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최장기간 휴직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24살에 저는 회사에 입사를 했습니다.
입사했을 땐, 회사 고위직까지 가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직장생활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삶이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내가 왜 그렇게 힘든 지 몰랐습니다. 돌아보니, 나는 항상 뭐든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살아왔습니다. 의무감을 벗어버리는 방법을 몰랐고, 의무감이 없는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니 회사생활은 열심히 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온몸이 아팠습니다. 매일 아침 눈뜨는 게 어려웠어요. 출근길에 사고가 나길 바란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제 삶에서 가장 큰 복은 너무나 좋은 남편을 만난 것입니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자의 반 타의 반(인원 보충을 위해, 빠른 휴직을 종용하던 '라떼' 시절의 이야기입니다.)으로 휴직을 했습니다.
휴직을 하고
감사하게도 회사일이라는 의무감에서 벗어났지만,
불행하게도,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더 크고 더 엄청난 의무감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지나고 보니, 좋은 엄마라는 의무감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나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요.)
엄마가 아이를 최소 3년을 키워야 아이가 바르게 자란다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3년을 채우지 않는 것은 나쁜 엄마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둘째가 생기고, 또 그러다 보니 셋째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9년 6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저는 좋은 엄마기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그리고 저는 복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휴직을 하고
회사가 조금 들썩였습니다.
내 남편은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어 있었고
저는 복직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롭게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회사 내에 잔뜩 퍼져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복직을 하니, 사람들은 궁금해했습니다.
왜 복직을 했을까?
왜 길게 휴직을 했을까?
저 사람은 누굴까?
저 또한 궁금했습니다.
왜 난 길게 휴직을 했을까?
나는 누굴까....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할 나의 이야기는
그땐 알지 못했던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내가 알아차리는 이야기며,
마흔두 살에서야 내가 누군지를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저의 이야기가
많은 엄마들, 아빠들
세상 사람들, 세상에 작은 용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