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정답이 육아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밤새 열심히 외워서라도 할텐데. 육아에 정답이 없으니 너무 어렵습니다. 아이만 바라보면 내가 사라지고, 나만 바라보면 아이가 사라집니다. 그 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일은 너무너무 어렵고 외롭습니다. 그래. 육아는 외롭습니다. 오롯이 나 혼자만의 일입니다. 나 혼자만 겪어내야하는 일입니다.
오늘 유치원 하원 후에 아이들과 근처 공원에를 갔습니다. 셋째는 유모차에 태우고. 출발하자 마자, 둘째가 울었습니다. 나도 유모차를 타고 싶다는 뜻. 시작부터 삐거덕. 대문에서 10분 정도 우는 둘째를 달랬습니다. 나는 벌써 지쳤습니다. 공원 초입에, 운동기구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것을 타다가 서로 같은 것을 타겠다고 싸우고 웁니다. 아이를 유인해 엄마와 같이 타자고 하며 시선을 돌렸습니다. 유모차 안에 있던 셋째는 울기 시작. 다시 유모차를 얼른 밀고 공원 안으로 가려는데, 먼저 뛰어가던 첫째가 그만 넘어졌습니다. 아프다고 저 멀리서 우는데, 둘째가 천천히 걸어서 첫째에게 뛰어갈수가 없었습니다. 안타깝게 첫째를 쳐다보며 걸어갔습니다. 감사하게도 지나가시던 어르신이 첫째 아이를 일으켜세워주셨습니다. 첫째에게 다가가서 많이 아프냐고 물었습니다. 울먹이며, 나에게 아픈 곳을 보여줍니다. 많이 아프겠다. 피는 안나서 다행이다라고 말하니 울음이 멎어지다가, 팔꿈치에 긁혀 피가 조금 난 것을 발견했습니다. 크게 울기 시작하는 첫째. 달래도 달래도 울음이 멈춰지지 않습니다. 그래, 더이상 공원에 가다가는 내가 정신을 놓을듯해서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집에 가자는 말에 대성 통곡하는 아이들. 어쩔수 없었습니다. 더운 여름날, 먼 거리를 아이들과 공원에 가는 도박을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첫째 아이가 택배 발견. 내게 이게 뭐냐고 묻길래, 너의 새 젓가락이라고 알려주니 웃음이 만개합니다. 둘째는 그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대성통곡. 꼭 안아주며, 너도 갖고 싶었냐고. 네것이 없어서 속상했냐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웁니다. 얼마 지나고 나니 자기 젓가락이 부러지면 똑같은 거 사달라고 하는 둘째아이. 유모차에서 힘들었는지 셋째를 바닥에 내려놓으니 웁니다. 배가 고픈가? 급히 이유식을 데워 먹이는데, 첫째 둘째는 나에게 물달라, 젓가락 씻어달라, 약 발라달라... 주문이 줄줄입니다.
갑자기 둘째가 또 대성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앉으려는 의자 위에 짐이 있어서 못앉겠다는 뜻. 그 울음의 뜻을 알지만, 울면서 표현하는 것이 이번에는 버겁습니다. 울지 말고 말해보라고 해도 계속 울음. 울음. 울음. 몇분이나 흘렀을까... 내 머리가 멍해집니다. 아무것도 생각할수가 없고 화가 납니다. 화가 납니다. 너무나 화가납니다. 화내기 싫어 그 화를 삼키고 삼키고 삼킵니다. 이유식을 먹여도 우는 셋째. 낮잠을 많이 못자서 피곤한가... 싶어 업었습니다.
셋째를 업고 설거지를 얼른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도 치웁니다. 셋째는 계속 등에서 바둥바둥거리며 웁니다. 자기 침대에 누워서 자고 싶은 표시입니다. 그러나 오빠언니들이 고함치며 우는 중이라. 재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계속 인간 바운서가 되어서 아이를 재우려고 합니다다. 육아 6년째. 이젠 10키로 아기를 몇 분만 업어도 온몸이 맞은 듯 아픕니다.
밥을 먹이고 아이들을 샤워준비를 합니다. 셋째는 여전히 내 등 뒤. 아이들에게 씻으러 오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다정하게. 화내기 싫기때문입니다. 화내는 내가 싫습니다. 첫째는 단번에 옵니다. 그러나 4살된 둘째는 매번 그러듯... 오지 않습니다. 화내기 싫어 내버려둡니다. 첫째를 씻기고 양치를 다 시키고 둘째에게 양치하자고 하니 샤워하겠다고 합니다. 나는 엄마가 올라고 할때 오지 않았으니 양치만 하겠다고 하니 웁니다. 또 웁니다. 그래 슬프겠지. 나도 울고 싶어집니다. 다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둘째를 얼른 양치시킵니다. 이제 옷갈아입히고 재우기만 하면 끝. 끝이 보입니다.
옷입자는 말에 첫째는 다입고 노는데, 둘째는 여전히 가만히 누워있습니다. 그래, 졸리겠지요. 아직 어린 4살입니다. 옷입자는 말에 아무런 대답도 반응도 없습니다. 갑자기 아이들이 놀다가 어지러놓은 셋째 옷들이 보인다. 옷장에서 다 꺼내서 큰방 작은방에 다 널브러놓았습니다. 화가납니다. 머리 끝까지. 둘째 아이의 장난감이 보입니다. 장남감 제자리에 두자...라고 말을 하니 여전히 아무말 하지 않고 손가락을 만지며 놉니다. 화가 납니다. 화가 너무 나서 옆에 있는 옷하나를 집어서 벽에 던졌습니다. 그제서야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둘째는 주섬주섬 챙킵니다. 옷도 입습니다.
왜! 화를 내야지 엄마 말을 듣냐고 아이에게 화를 냈습니다. 아... 화내기 정말 싫은데... 너무 싫은데... 화내는 나를 향해 날카로운 칼로 상처를 냅니다. 왜 아이에게 화를 냈냐고, 아이가 졸려서 그런건데 왜 그러냐고... 4살밖에 안되는 아이에게 왜 너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냐고.... 나에게 더 큰 화를 냅니다. 눈물이 납니다. 조용히 가만히 나를 알아줍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애썼네. 고생많다. 니가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 니가 화를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 아이들이 너의 화로 잘못될까 두렵지? 그래 그래.. 그렇겠다. 괜찮아 괜찮아. 고생했어. 애썼어. 괜찮아. 너 할만큼했어.
육아에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덜 힘들텐데. 그냥 외운대로 하면될텐데... 정답이 없어 항상 헤맵니다. 정답이 없어 어디까지 왔는지 모릅니다. 위로해주는 사람보다 엄마의 잘못을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했습니다. 잠, 식사, 옷, 신발, 머리, 승진, 몸매, 인간관계, 취미생활, 건강, 돈, 마음, 성격, 기분, 시간, .....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가진 대부분의 것을 포기했습니다. 종종 이렇게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 삶이 억울할때도 있습니다. 내가 좋아서 낳은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서글플 때가 있습니다. 내가 사라진 엄마라는 삶은 참 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