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모종 옮기기

길심씨네서(4일째)

by 전난희

비가 오락가락 히는 날, 길심씨는 들깨 모종 옮기기에 나섰다. 모종 옮기기에는 딱인 날씨다. 비님이 왔다가 햇님이 나왔다가 하는 날씨를 보고 길심씨는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한다. 내 어릴 적에도 비가 오다 햇님이 반짝하는 날엔

"야아~ 호랑이 장가간다."

며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친구 얼굴 한 번 흘깃거리며 웃어댔다.


텃밭에서 들깨 모종을 옮겨 심는 길심씨에게 나도 하겠다며 나서니 못한다며 손사래를 친다. 장갑을 끼고 호미를 찾아들고 길심씨 옆에 앉았다. 체했는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하루 반나절을 방에서 책도 못 보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했는데도 사라지지 않던 두통이 일을 하니 직방으로 사라졌다. 역시 인간은 가끔씩은 정신을 쏟아버릴 육체노동이 필요하다.


"엄마, 일하니 머리가 안 아프네"

"그래, 옛말에 누워서 떡을 먹자니 콩고물이 떨어져 눈에 들어가 힘들고, 삼 일을 누워지내자니 엉덩이가 썩어나 힘들다드라. 나어릴 적에 어른들이 한 이 말이 무슨 말인고 이해를 못하겄더니 나이 먹으니 이해가 되드라. 사람은 일을 해야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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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심씨는 들깨씨를 뿌려 싹을 튀우고 자란 들깨 모종을 솎아서 싹이 나지 않는 곳에 옮겨 심는다. 이번 큰 비에 휩쓸려 내려가 텅 빈 맨 땅에도 호미로 도랑을 내주고 솎은 모종을 심는다. 밭에 빼곡히 난 곳에서 튼튼하게 자란 놈들을 골라 뽑아서는 논가 빈터에도 옮겨다 심는다. 들깨 모종은 아무 데나 뿌리를 내리고 어지간해서는 시들지 않고 잘 자란다고 한다. 흡사 우리 길심씨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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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 고향 들녘의 풍경은 어디서나 찍어도 작품이다. 사진 찍기에 영 취미가 없는 나 같은 찍사도 셔터를 마구 누르게 만든다. 역시 병풍처럼 우리 마을을 둘러선 영암 월출산은 기가 찬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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