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길심씨네서(5일째)

by 전난희


검은 하늘에 빛이 번쩍번쩍, 천둥이 우르르 쾅쾅거리며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더니 날이 새고 언제 그랬는 듯 해가 쨍쨍하다. 이름 모를 온갖 새들의 지저귐이 오묘한 화음으로 멋진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한다. 호동 마을의 무대는 무대감독이 필요 없다.


새들의 지저귐 속에 아침 식사를 마친 아버지는 읍내에 가자며 옷을 바꿔 입고 나를 재촉한다. 시골에 있는 동안 나는 부모님의 손발이 되는 운전기사요 기꺼이 삼시 세끼를 책임지는 식사도우미이다. 성수씨는 어제부터 핸드카트의 낡고 낡은 바퀴를 바꾸겠다 하고, 길심씨는 아직 멀었다고 한사코 안 바꾸겠다고 바락바락 우겼다. 오늘은 성수씨가 버럭버럭 화를 내고서 읍내로 바퀴를 사러 가자는 것이다.


사고로 다쳐 일흔 무렵부터 허리가 굽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기역 자로 굽은 길심씨에게 핸드카트는 단순히 짐만 나르는 도구가 아니다. 허리를 지탱해 걸음에 도움을 주는 보행기다. 전용 노인 보행기가 있지만 짐이 있을 때는 이 카트의 도움으로 논에도 가고 택배도 부치러 간다. 이 카트 바퀴가 닳고 닳아 잘 굴러가지 않는데도 아직 멀었다고 우기는 길심씨를 보고 성수씨가 어찌 속이 터지지 않겠는가.


아버지랑 읍내 자전거포에 헌 바퀴를 가져가서 보여주고 새 바퀴를 사 왔다. 농사일로 아웅다웅 목소리 톤이 올라갈 때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길심씨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성수씨다. 검은 바퀴가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깔 맞춤으로 환골탈태를 했다. 부디부디 새로운 바퀴가 우리 길심씨 힘들지 않게 소리 없이 여기저기 잘 데려다 주기를 바랄 뿐이다.


새로 태어난 핸드카트를 보고 으스대며 성수씨는 길심씨에게

"2만 원 들었네. 2만 원 주소."

한다.

"아이고, 뭔 소리..."

"어야, 우리 집 돈주는 당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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