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개팅 어플이란 신세계

나는 왜 이제야...

by 새로운









400만 원을 내야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결정사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대신 소개팅 어플을 시작했다.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 거 아니야?"

"원나잇 하려는 사람만 있다며?"

"자존감 까먹는 기계야. 좋아요 수만큼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니까. 하지 마, 소용없어"



주변의 수많은 카더라 통신에도 웬일인지 좀처럼 와닿지 않았다. 나 같은 팔랑귀가. 이게 다 나이 때문이다. 대통령의 수혜로 나이가 두 살이나 깎였지만 체감 나이는 여전했다.




숫자의 압박 때문인지 마흔을 넘기기 싫은 고집 때문인지 주변의 악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중히 프사를 골랐다. 이렇게 저렇게 소개글도 바꿔가며.



‘도대체 이런 건 누가 가입하는 거야..?‘

호기심 반 의심 반의 마음으로.




"남자들은 복잡한 거 싫어해. 최대한 간결하게. 대신 너의 특징이 잘 드러나야 해. 재테크는 너무 강조하진 마라. 피곤해 보일 수 있으니까"



연애 좀 해봤다는 남사친의 조언까지 받아 가며 완성한 자기소개는 다음과 같다.




직업 : 공기업 근무

취미 : 달리기, 책 보기, 멍 때리기, 재테크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좋아요^^




멋쩍긴 했지만 외롭게 늙어 죽는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나이 들어 용쓰는 것 같아 민망했다. 남들 다 결혼할 때 뭐 하고 이제 와서 난리인지, 젊은 시절 다 보낸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아 뻘쭘했다.



하지만 등 뒤에서 누가 ‘아줌마!’라고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나이 이야기만 나오면 주눅 드는 모습이 점점 싫어졌다. 이 나이에 소개팅은 끊긴 지 오래고, 어른들이 주선하는 선에서는 여러 번 뒤통수를 맞아 더 이상 믿지 않았다.



결정사는 가입하지 않기로 했고 최후의 보루로 어플을 선택했다. 직장을 인증해야 하고 나이도 회사도 속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믿음이 갔다.




그런데 막상 발을 들여놓고 보니 이 세계는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할 일 없이 강아지나 고양이 영상에 몇 시간을 보내거나 넋 놓고 유명인의 가십거리를 쫓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적어도 이 공간에는 비슷한 목적으로 모여든 사랑과 애정에 목마른 승냥이들만 있으니.




얼마 후 나에게 ‘좋아요’를 보낸 사람 중에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어머, 꽤 훈남이었다. 무슨 우연인지 취미도 같았고 사는 지역도 비슷했다.




좋아요를 누르자 금세 대화창이 열렸다.




사진: UnsplashSodbayar Photography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1화36세부터 만혼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