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자 친구의 거짓말에는 다 이유가 있다

뭐.... 뭐어...?

by 새로운





그 후 나는 다시 나의 세계로 돌아왔다.



평범하고 조용하고 별다를 것 없는 일상으로. 다시금 연애에는 일말의 관심조차 사라진 평온하고 안락한 서른 후반의 나로.


그리고 한참 후에, 아주 한참 후에 친구에게 그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너 그 거 알아?"

"뭐?"

"현이, 걔 여자 친구한테 돈 빌리고 잠수 탔대"

"뭐....?!"

"너 주승이 알지, 걔가 그러더라. 지금 걔랑도 연락 안 된대”

주승이는 그와 동업을 하던 친구다.



“…헐… 정말이야?”

“응. 걔 도박한다나 봐”

허어어어 얼….



생각해 보니 예전에도 그는 종종 친구들과 포커를 친다고 했다. 유난히 피곤해 보이 날이면 어김없이 전날 친구들과 포커를 친 날이었다. 나는 그저 남자들끼리 컴퓨터 게임 하듯 재미로 하는 건 줄 알았다. 그와 나는 다르니까 그저 ‘그사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일이 끝나는 시간도 매번 달랐다. 저녁 늦게 미팅이 있는 경우도 많았기에 집에 퇴근 시간도 불규칙했다.

어떤 날은 동업자와 이야기를 더 하고 들어간다고, 어떤 날은 포커를 친다고, 어느 날은 친구들과 가볍게 위스키를 마시고 들어가겠다고 했다.



게다가 나는 반드시 남자친구와 연락이 닿은 후에야 잠에 드는 타입의 여자 친구가 아니었기에 크게 의심하거나 신경 쓰지도 않았다. 나는 그가 몇 시에 들어갔는지 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더 중요한 아침형 타입의 연인이었다. 대부분 내가 먼저 잠들었고 그러니 적당히 둘러대기도 더 쉬웠겠지.



조금만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그에게는 나만의 다른 기준이 있었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니,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합리화했던 것도 컸다.



그래서 다른 연인이었다면 자세히 물어봤을 것도 그에게는 묻지 않았다. 어쩌면 이해심이 많은 여자친구나 조강지처 코스프레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 역시 열등감의 일종이었을까…?



“... 얼마나 빌려줬대?”

“많다는 거 같던데. 걔 여자 친구가 부자래. 쇼핑몰 한다나, 자세한 건 나도 몰라”

“.... 걔네 부모님은 알아?”

“응. 원래 다 알았나 봐. 전에도 엄마가 다 갚아준 거래"



……



그를 만나면서 연락이 두절됐던 몇 번의 밤도, 일 하느라 밤을 새웠다던 밤들도 비슷한 이유였을 것이다. 그의 엄마가 나에게 그토록 관심이 많던 이유도, 아빠랑 유독 사이가 안 좋은 이유도.



그의 어머니는 나에게 그를 빨리 처리해 버리고 싶었던 걸까? 그래서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를 핑계로 그렇게 결혼을 서둘렀던 것일까?(그의 어머니는 그의 앞으로 30평대 아파트가 있으며 우리가 결혼하면 당장 들어갈 수 있다는 걸 강조하셨다)



그러고 보면 그도 그의 어머니도 참 안쓰러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아... 인생이란.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20화나쁜 놈과 헤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