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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 Dec 13. 2023

마흔이면 비혼?

이제는 결혼하지 말라고 난리다





"어머, 너무 부럽다"

"네...?"



이제 막 말을 튼 동료가 나의 미혼 사실을 알자마자 말했다. "아니, 혼자면 너무 편하잖아. 부러워 죽겠네"


몇 년 전만 해도 "왜 결혼 안 해요?" "늦기 전에 빨리빨리 가~"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달라졌다. 나이 많은 어르신도 "어유~ 뭐 하러 결혼해, 능력 있으면 혼자 살아!"라고 하신다. 이럴 때야 말로 '버티는 놈이 이긴다'는 말이 실감 난다.


얼마 전만 해도 멀쩡한 싱글을 보면 나는 으레 이런 생각을 했다.



‘눈이 너무 높으니 저러고 있지…'

‘어휴, 좀 까다롭겠어?’

'어딘가 분명 하자가 있을 거야…'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나보다 주변에서 비혼을 장려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TV, 유튜브 심지어 브런치에서도 인기 있는 소재는 이혼, 불륜, 결혼지옥, 금쪽이 등등 죄다 '반 결혼'을 부추기는 말들이다. 동시에 뉴스에서는 연일 '출산율 최저' '인구 절벽'을 외치니 아이러니다.



결혼한 사람들은, 아니 그중 일부는 혼자인 삶을 부러워하는 것 같다. 눈치 볼 시댁도 없고, 아이를 맡기며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퇴근 시간을 놓고 배우자와 기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 내 몸뚱이 하나만 신경 쓰면 된다는 사실이 좋아 보이나 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막상 내 몸뚱이만 신경 쓰다 보면 누군가 이 알량한 몸뚱이 좀 신경 써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는 사실이다. 나만 생각하면 된다는 건 뒤집어 말해 이 세상에 나를 걱정하는 이가 나 말고는 없다는 말이다. 혼자만의 시간은 암울한 상상의 나래로, 자유도 계속되면 곧 무료해진다.



정작 혼자인 나는 '혼자라서 너어어무 좋아!'라고 느끼기보다 기혼자가 부러울 때가 많다. 식당의 ‘혼밥러’보다 공원에서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가, 술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이보다 한손으로 아기를 번쩍 안아든 아빠가 더 자주 눈에 뜨이니 말이다.



지금은 미혼보단 기혼이 더 많으니, 나는 조금 더 많은 비율의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일 뿐, 이 흐름은 또 언제 바뀔지 모른다. 트렌드가 '비혼'이니 어딜 가나 으레 '비혼 프레임'을 쓰게 되지만 이런 상황이 편하지 만은 않다. 나는 전형적인 K-모범생이라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기 때문이다(그럼 나는 끝까지 혼자 살다 늙어 죽을지도 모른다).



주변의 싱글들을 보면 확신이 찬 비혼이라기 보다 그저 살다보니 시기를 놓친 사람들인 경우가 더 많다.  ‘나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라고 결심보다 넋 놓고 있다가 파도에 휩쓸리듯 비혼이라는 섬에 다다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내 주위 싱글은 죄다 비자발적 비혼이다.



선택의 문제에서 우물쭈물 댄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는 그동안 선택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을 가는 게 당연했고, 대학을 나오면 취업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취업하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 게 공식이었다.



스스로 선택한 적이 없으니, 결혼의 문제에서도 이렇다 한 결심이 서지 않았고, 비장한 결단이 없으니 물 흐르듯 미혼의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세상이 빠르게 변하더니 이제는 '비혼'을 강요받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결혼은 자유라지만, 사람들은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다 또 다른 옵션을 만들어낸 느낌이다. 그냥 나는 나일뿐이데, 나의 특징 중 하나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일 뿐인데, 이제는 어딜 가나 이 나이에 혼자면 으레 '비혼이겠거니‘ 짐작하니 말이다.



학업을 마치고 창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장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백수의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누구나 직장인이 될 필요는 없고 어딘가에 소속될 필요도 없다. 시기를 놓쳤다고 비혼이 의무일 이유는 없듯 나는 그냥 지금은 혼자일 뿐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니까.



모두에게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비혼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의 미래는 나에게 달려있고, 그 어떤 선택도 또다시 강요받고 싶진 않다.


비혼이든, 미혼이든, 잠재적 기혼이든 때로는 그냥  좀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아, 쟤는 뭐 저런 얜가 보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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