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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 Dec 20. 2023

정우성은 왜 나이가 들어도 멋질까?

소리 없는 배우에게 빠진 곧 마흔





요즘 정우성이 나오는 드라마에 푹 빠졌다.


예능은 잘 봐도 드라마는 잘 보지 않았는데 채널을 돌리며 우연히 마주친 우수에 찬 그의 눈빛을 차마 지나칠 수 없었다.


그가 극 중 청각장애인으로 나오는 탓에 간혹 고구마를 10개 정도 먹은 것처럼 답답할 때도 있지만 덕분에 온전히 그의 표정과 연기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나는 ‘연예인 빠순이’는 아니다. 어차피 가질 수(?) 없는 것 꿈꾸지도 말자는 소박한 신념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 먹방도 잘 안 보고 드라마도 안 본다. 당장 못 먹는데 먹고 싶은 감정이 싫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을 쳐다봐야만 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 것도 아닌데 좋아해서 뭐 한 담.      



반면 내 베프는 예전부터 알아주는 ‘빠순이’였다. 학창 시절 토니 오빠를 쫓아다니던 끝에 그에게 눈인사를 받았고(물론 그녀의 주장이다), 후에 ‘누나’를 외치던 이승기를 스쳐 아무도 모를 때 조용히 BTS ‘아미’로 활동하며 진정한 팬의 계보를 이었다.           


그런 친구를 볼 때마다 반은 조언 반은 비아냥으로 ‘그럴 바에 차라리 남자친구를 사귀어라’라고 말하곤 했지만 그때마다 녀석은 ‘너는 진정한 사랑을 모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나는 영화를 보고 주지훈에게 반한 것을 시작으로 BTS 정국, 지금은 정우성 님을 보는 것이 삶의 유일한 낙이 되었다. 어쩜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멋있는지, 웃을 때마다 생기는 그의 눈가 주름에 폭 빠지고만 싶다.



반면 연예인을 쫓아다니던 친구 녀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엄마가 되어 지금은 아기를 돌보는 데 여념이 없다. 얼마 전 그녀에게 정국의 새 앨범 이야기를 했다가 요즘은 정국은커녕 남편 국 끓이기 바쁘다고 한참 동안 푸념을 들어야만 했다.      



어렸을 적 나는 사랑을 받는 일에 몰두했다. 혼자인 게 싫어서 그냥 외로워서, 끊임없이 연애했다. 그저 누군가에게 사랑을 갈구하기에 바빴다. 그때는 사랑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만나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나는 과연 사랑이 뭔지나 알았을까?        


   


“와아... 그래도 남자친구라고 헤어지니까 엄청 보고 싶네”

“오래 만났는데 당연하지, 원래 이별은 다 아프다...”

“음.. 근데 나는 헤어지고 힘든 게 이번이 처음이야.”  

“뭐어? 진짜? 단 한 번도?”

“음... 응 그랬던 것 같아. 울어본 적도 없어”     



그렇다. 나는 거의 6년 넘게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도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술 마시면 누가 데리러 오지..’ 정도가 걱정됐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별은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만큼 뜨겁지도 콕콕 찌르는 듯 아프지도 않았다. 예정된 것처럼, 그저 그런 듯 허무하게 나의 오랜 사랑은 끝이 났다.   


    

오래전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해외에서 열리는 BTS 콘서트에 쫓아가겠다는 그녀를 한사코 말리는 나에게 ‘너 같은 애는 진짜 사랑이 어떤 건지 몰라, 이런 게 사랑이라고!’ 그녀가 말했다(그녀는 결국 동남아에서 열리는 BTS 콘서트에 갔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한 해 한해 나이가 들고 더 많은 사람을 겪어본 후에야 그녀의 말이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우리는 누구든 마법처럼 사랑에 빠졌다 현실처럼 깨어난다. 사랑을 잘 모를 땐 받는 사랑이 달콤하고 그래서 더 받고 싶고, 그래서 영원히 헤어 나오고 싶지 않고, 그렇다. 그런데 여러 해가 지나고 여러 사람을 겪고, 오랜 시간 혼자이다 보니 이제야 비로소 사랑이 조금씩 보이는 것만 같다.



아마도... 사랑은 주는 게 아닐까? 상대가 뭐라고 하든, 남들이 뭐라고 하든. 사랑은 받기 전에 주는 것.      


그래서 나는 이렇게 실체 없는 대상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고 있다. 드라마 속 그가 뭐라고 하든, 결혼하고 육아에 바쁜 내 친구들이 뭐라고 하든 지금 나의 사랑은 온전히 주는 것이다.  응답이 없어도 된다. 보답이 없어도 좋다. 어렸을 적 연인에게 사랑을 갈구하던 과거의 나는 이제 없다.



그래서인지 이상하게 예전보다 덜 외롭다. 허기짐이나 공허함도 덜 하다. 오히려 오래된 연인이 있는 것처럼, 든든한 남편이 있는 것처럼 마음이 뜨끈하다. 아무래도 정우성 때문인 것 같지만 말이다.



사진 ENA '사랑한다고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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