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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 Jan 10. 2024

외로울 때 뭐해요?

외로우면 지갑이 가벼워진다




" 아니 도대체 뭘 이렇게 쓴 거야? "     



카드값이 너무 많이 나왔다. 카드 명세서에는 무슨 마법이 걸려 있는 게 분명하다. 이걸 내가 전부 썼을 리 없다 싶다가도 까보면 전부 내가 쓴 게 맞다. 세일해서 산 옷, 사고 싶어서 산 옷, 어쩌다 보니 산 옷 ….


나의 외로움은 카드값과 비례한다. 이달은 두 배 정도 더 외로웠나 보다. 그나마 이렇게 돈으로 쭉 해결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슬프게도 난 부자가 아니다. 외로움을 돈 주고 산다면 난 이미 억만장자가 되어있을 거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는 모든 게 풍요로웠다. 시간도 많고 기회도 많았다. 전화 한 통이면 당장 튀어나올 친구도 있었고 연애할 기회도 많았다. 어릴 적 연애란 동네 술집에서 우연찮게 부른 친구의 친구 같은, 헌팅 포차에 가면 손에 잡히는, 적당히 일어날 법한 우연 같은 거였다. 아무도 못 만나면 그저 술이나 진탕 마시고 잠들면 그만이었다.


마흔이 다 되고 보니 어딘가 부족하고 종종 서럽다. 시간은 뒤통수에 붙어 바짝 따라오고 조급함이 는다. 이제는 전화 한 통이면 달려 나올 친구도 없고 연애도 결혼도 포기에 가깝다. 어느덧 혼밥이 너무 자연스럽고 혼술도 익숙하다. 아아, 외롭고 서러운 인생이여.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사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원래 외로운 것을. 누군가 ‘전혀 외롭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 중 55% 이상이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오죽하면 영국은 최초로 ‘고독부’를 신설했고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까지 있을 정도니 이 넓디넓은 세상에 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하나 싶다.




외로움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인간에게 적정 kcal가 있듯 사람마다 충족되어야 하는 애정의 양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마음속에 애정 항아리를 가지고 있으며 항아리가 비게 되면 경보 시스템을 발동한다.


‘나 지금 비어있어! 어서 뭐든 채워!’


외로움의 항아리



그래서 나는 그동안 그렇게 돈을 썼나 보다. 마음이 허할 때마다 충동구매를 하고 집착에 가까운 연애를 하고 친구를 만나고 술을 마시고. 그렇게 뭐든 했나 보다.


하지만 모든 건 그때뿐이었고 외로움은 늘 내 곁에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나이가 들 수록 항아리는 텅 비어있고 외로움은 더해갔다. 그래서 문득, 내가 내 항아리를 채우자 마음먹었다.


나에게 조금 더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를 채워주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무엇을 할 때 싫은지 등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돌보고 나를 좋아해 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수집하고, 행복한 순간들을 모으고, 내가 기꺼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늘려나가기로.


생각해 보면 내가 그동안 외로웠던 이유는 나에게 너무 무심했던 탓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은 이유 없이 나를 좋아해 주길 바라면서 정작 나는 스스로에게 관심조차 같지 않다니. 언제부턴가 나는 나의 모든 면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평가하고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좋은 점, 나쁜 점, 관대함, 옹졸함까지 모두.     


이제는 혼자 있어도 크게 외롭지 않다. 덕분에 쇼핑이니 술이니 쓸데없는데 쓰는 에너지도 많이 줄었다. 나에게는 내가 있으니 굳이 남에게서 애정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 설령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고 해도 이제는 크게 상관없을 것 같다. 나는 요즘 내 안에 애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다.


휴우, 다행이다. 당분간 카드값 걱정은 덜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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