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로 산다는 것

비정규직은 서럽다

by 글쓰는 노무사

공인노무사회에서 인정하는 수습기간은 2월 1일부터 7월 2일까지 약 5개월 남짓한 기간이다. 나는 불안감에 12월부터 법인을 구해서 남들보다 조금 이르게 수습생활을 시작하였다. 근로계약서는 7월 2일까지로 작성하였고, 당시에 나는 근로계약서를 썼다는 사실만으로 좋았다.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법인이 많다는 말을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수습 생활은 그냥 실무교육이라고만 생각했지, 내가 비정규직 근로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는 못했다.

1.jpg 근로계약서 꼭 작성은 필수입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정의


기간제 근로자의 법률적 정의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이다. 정규직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면 이에 반대 개념이 기간제 근로자인 것이다.



비정규직을 실감한 순간


비정규직을 경영학적으로 정의하면, 전일제 상시고용계약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개 근로계약기간이 제한되어 있어 장기고용에 대한 기대가 불확정적이며 근로시간의 변동성 역시 크다는 특징을 지닌다. 나 역시 현재 비정규직이다. 나에게는 언제든 법인을 떠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있고, 법인 역시 언제든 나와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는 당연함이 전제되어있다.

내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은 바로, 업무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힘들다는 점이다. 예전 회사에서는 회사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지만, 지금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채용 전제가 되어있는 비정규직은 개인의 의사보다는 의사결정자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잘 따를 수 있는 사람임을 인정받을 때 정규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사업주가 모두 나쁜 것일까?


법인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부당해고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과 단기간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명절 상여금도 주고, 아침밥도 스스로 지어주는 좋은 사장님이었다. (물론 노동법을 잘 모르는) 노동법을 잘 아는 아르바이트 사원은 임금체불 진정도 넣고, 3개월의 기간이 끝나자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부당해고 진정을 제기하였다. 노동법을 지키지 않은 사장님이 미지급된 임금을 지불할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나, 가족처럼 근로자를 챙기려고 했던 사장님의 배려가 갱신에 대한 신뢰관계를 형성한 것인가?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파산한 기업의 체당금을 신청했을 땐, 사장님이 직접 체불임금을 계산해주었다. 담당 노무사님께서 그러실 필요 없다고 했음에도, 직원들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못한 미안함이 앞서셨던 것 같다. 물론 근로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해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부담은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할 책임이라는 점은 십분 공감한다. 그러나 사업주 역시 사람이고, 절대적으로 사장님은 나쁘다는 가정은 잘못된 것이다.

2.jpg 이런 사람은 정말 나쁘다

정규직이 되고 싶지 않다


‘남편이랑 너랑 둘 다 철밥통이네. 부럽다,’


전 회사 선배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남편이 공공기관에 다니고, 나 역시 정년이 보장되는 회사에 다녔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비아냥으로 들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것이 정규직이었다면 노무사가 되어도 절대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비정규직이 되어보니 비정규직의 울분을 알 것 같다. 정규직 여부를 저울질하며 노력을 착취당하는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할까. 그렇지만 정규직이 되려고 노력하며 나를 죽이고 싶지가 않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데 왜 눈치를 봐야 하는지, 일을 제시간에 해내고 있음에도, 6시 10분에 퇴근한다고 눈치 주며 인사를 받지 않는 것인지... 정말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많다. 나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알아주는 직장을 찾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나의 위치는 지나가는 한 순간일 뿐 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안적인 노동을 모색하려는 고민은 매일 계속 중이다. 하지만 명확한 답이 없다. 그렇지만 정규직이 답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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