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조직몰입에 대한 생각

by 글쓰는 노무사

습관적으로 알림을 확인하다 이런 공지를 받았다.

당장 책 출간을 할 계획은 없었고 그냥 글쓰기를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60일이라는 숫자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난 60일을 돌아보며, 쓰기 시작한다.



60일은 치열했다.


수습기간 중 한 번 수습처를 바꾸었고 7월 초 또 다른 법인으로 이직했다. 누군가는 나를 이직의 신이라며 부러워했지만, 사실 지난 60일은 힘들었다. 첫 법인에서는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일 때문에 개인 시간이 없었고, 두 번째 법인에서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사건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지만 계약기간을 정해두었기 때문에 기간 만료에 따른 불안감에 업무에 몰입하지 못했다. 수습기간은 직무 적합성과 조직 적합성 모두 불충분했고, 나는 또 한 번 이직을 결심하였다.



몰입의 전제조건


대기업 HR 담당자들은 직원 경험을 통한 몰입 향상에 관심이 많다. 대학원 연구논문 주제만 보아도 그렇다. 직원 몰입을 주제로 한 석사논문은 약 1400개가 넘는다. 내가 관심 있는 조직 침묵에 관한 석사논문이 240여 개인 것과 비교해 봐도 5배가 넘는 숫자다. 조직몰입이란 말 그대로 개인이 조직과 동일시하고 업무에 몰입하는 정도이다. 소속감을 넘어 책임감을 느끼는 수준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몰입이 성과, 생산성 등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인사관리 영역에서 P-J_Fit(개인 직무 적합성)과 P-O_Fit(개인 조직 적합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무에 있어서는 업무 다양성, 명확한 책임의 정도, 가치 있는 일, 결과에 대한 피드백,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조직은 개인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문화를 개선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을 지급해야 하며, 조직 안에서 개인의 경력경로를 설계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수습기간 충분히 몰입하지 못했던 것은 직무 적합성이 명확한 곳에서는 조직 적합성이 뒷받침되지 않았고, 조직 적합성은 충분한 곳에서는 직무 자체가 소소해서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두 가지 모두가 충족되는 회사를 만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이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


하고 싶은 일이 분명했던 조직을 돌아보면, 업무의 다양성, 과업의 중요성, 책임의 정도가 명확했지만 자율성이 전혀 없었고 피드백도 늘 부정적이었다. 업무 결과가 100점은 아니더라도 50점 이상은 된다고 생각했지만, 늘 0점짜리 성적표를 받았다. 처음에는 고득점을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노력을 하나 안 하나 0점을 받으니, 노력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사람 자체에 대한 믿음이 없는 조직에서는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의 능력을 의심하고, 조직을 얼마나 싫어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조직이 해야 하는 일은 매우 많다. 합리적인 평가제도와 보상체계, 유연한 조직문화, 강력한 리더십, 체계적인 교육과 경력개발 등등. HR 부서의 핵심 과업은 직원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는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의 기초도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실제로 모든 변화에는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조직은 변화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택한다. 그리고 몰입할 수 있었던 직원은 그런 조직에 실망하고 조직에서 이탈하는 것이다.(이때 이탈은 노력을 줄이는 것과 이직하는 것 모두를 포함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상


보상은 조직이 구성원의 근로에 대해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대가이다. 최근에는 임금과 같이 전통적인 보상 외에 승진, 교육, 복리후생, 상사와 동료 등 비금전적인 보상을 포함한 총 보상 개념이 등장하였다. 높은 수준의 임금이 직원의 만족 수준을 높이지만,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많다. 그럼에도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금전적인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연봉은 업계 대비 낮지만, 업무로 인해 얻을 경험은 많을 거예요.”


20대의 나는 경험에 목말라있었고, 낮은 연봉에도 업무 경험을 얻을 수 있다면 좋은 조직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하였다. 상사의 폭언, 타 부서 부장의 성희롱, 실적 압박은 일상이었고, 첫 회사였던 곳에서 3개월 만에 탈출하였다. 그 당시의 경험은 내가 두 번째 회사에서 장기근속할 수 있었던 힘이 되었다.


조직에서 얻는 것은 직무경험뿐만 아니라, 조직 경험까지 포함된다. 임금은 나의 근로, 즉 육체적 정신적 근로에 대한 대가이다. 근로에 대한 대가는 제대로 주어져야 하므로 1차적으로 금전적인 보상이 해결되어야 총보상을 운운할 수 있는 것이다. 근로의 대가인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곳에서 인정과 칭찬을 받는 것이 성취감을 올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HR 부서 담당자가 그 중요성을 알고 선진화된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경영층이 직원의 소중함을 아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보여주기 식 정책은 늘 실패하기 마련이다. 네이버가 총 87억 원에 달하는 연장·야간수당 미지급 사실을 확인했다는 최근 보도는 사실 큰 충격이었다. 임금체불은 중소기업에서나 있을 이야기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만한 게 없다


물론 임금만이 직장을 선택하는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돈을 많이 주는 곳은 다 이유가 있을 테니. 하지만 근로에 대한 대가는 당연한 것이고, 근로시간은 실제 근로하기로 정한 시간뿐 아니라,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있는 시간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다. 일이 많다 적다, 경험을 얻는다 못 얻는다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최저임금을 미지급하지만, 우리는 신입사원으로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업무가 있다고 말하는 회사가 있다면 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 조직은 근로의 의미, 사람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열정, 몰입을 운운하며 근로자를 비하하기 전에 왜 사람들이 일하는지, 기초적인 가정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우선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는 것을. 근로자의 만족, 몰입은 그다음 단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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