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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무사 Sep 01. 2021

꿈꾸는 엄마

불쌍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엄마~ 이름만 불러도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죠.”


 라디의 노래 <엄마>를 들을 때면 저는 엄마가 아닌 아빠가 생각납니다. 저희 아빠는 58년생 개띠 경상도 남자입니다. 아빠는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오시면 늘 할머니 얘기를 하시며 “불쌍한 우리 엄마”라는 말을 자주 하셨습니다. 저는 할머니 불쌍하다며 우시는 아빠를 보면서 할머니 아닌 우리 엄마가 불쌍하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저희 엄마는 23살에 결혼하셔서 24살에 저를 낳으셨어요. 그 후로 바느질, 미싱일을 하시면서 저와 동생을 공부시켰습니다. 아빠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셨지만 술을 많이 좋아하셨고, 술 때문에 엄마와 자주 다투셨습니다. 술이라는 취미라도 있었던 아빠와 달리 엄마는 취미생활도 없이 일하시고 퇴근하면 집안일을 하셨습니다. 아빠처럼, 저 역시 엄마를 생각하면 안쓰럽고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여섯 살 딸이 있습니다. 회사생활이 힘들 때마다 딸아이 사진을 봅니다. 웃는 얼굴, 우는 얼굴, 삐진 얼굴... 사랑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습니다. 딸을 생각하며 엄마를 떠올립니다. 저와 동생은 엄마가 책임져야 하는 짐이기도 했겠지만, 그 자체로 기쁨이었지 않았을까. 우리 엄마가 내가 본인을 안쓰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서른넷, 공부를 시작하였고 서른다섯에 노무사가 되었습니다. 현재 노무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4학기 대학원생입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딸이 나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고 눈물 나는 존재가 되는 것은 싫습니다. 딸이 닮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저의 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른여섯에도 꿈꿀 수 있는, 도전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주신 엄마께 감사드리며 글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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