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프로 부족할 때'라는 이름의 음료가 있다.
배우 정우성씨가 "가! 가란 말야~!!"하며 낙엽을 던지던 장면과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라는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누구든 결핍은 있기 때문인지
독특한 이름의 이 제품이 한 때 인기를 끌었었다.
나는 늘 2프로 부족했다.
작가를 꿈꿨었다.
고등학교 때 무작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에 원서를 냈다.
어라? 운좋게 1차에 합격했다. 그러나 결국 2차와 면접에서 떨어졌다. (엄청 울었다)
그렇게 인생에서 글을 밀어내고
대학과 취업이라는 전쟁에 시달리다 다시 글을 쓰고자 했다.
이번엔 신춘문예였다.
내 소설은 본선에 진출해 최종 4편의 작품 안에 들었다.
그러나 거기까지. 작위적이고 결말도 신선함이 없다는 평과 함께 당선자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또 다시 한국방송작가교육원에 들어갔다.
드라마작가의 90%가 배출된다는 곳으로 반이 올라갈 때마다 탈락자가 생기는 곳이었다.
전문반까지 올라갔다. 마지막 창작반은 전액 장학혜택을 받으며 작품을 책으로 펴내 방송사에 배포까지 해주는 반이었다.
하하... 당연히 떨어졌다.
결과만 놓고 볼까.
그럼 난 루저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인생은 결과만 놓고 보는 단편적인 게 아니더라.
그 과정 역시 중요하단 거다.
결과만 본다면 '사의 찬미'의 주인공 윤심덕과 김우진은 여가수와 유부남의 불륜정도로 치부될 수 있고, '오이디푸스'왕도 친엄마와 결혼한 패륜정도가 될까.
그러나 궁지에 몰렸던 윤심덕과 김우진의 동반자살이 영화와 연극으로 탄생될만큼 서글프고 아련했다는 것은 그들의 사랑한 과정으로 나타났고, 신탁 때문에 아버지에게서 버려져 다른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아버지를 해하지 않기 위해 떠난 길에서 친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인 줄 모른 채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우리는 패륜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2프로 부족해 원하는 목표의 문 앞에서 번번히 좌절했던 나도
그 실패의 과정에서 분명히 얻은 것들이 있다.
영화 '변산'에서 주인공은 랩퍼를 꿈꾸며 홍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쇼미 더 머니'라는 랩오디션 프로그램에 6번째 도전하고 실패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고향에 내려가게 되고 자신이 회피했던 문제와 마주치면서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 볼 기회를 얻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방송작가교육원에서 떨어진 충격으로 부족한 실력을 늘려보고자 영화를 보고 리뷰를 시작했고
지금 이렇게 에세이도 쓰고 있으니까 말이다.
분명히 한 번 실패할 때마다 한 발짝씩 성장해나간다고 생각한다.
아이언맨의 실제모델이자 테슬라의 CEO인 엘론 머스크도 이렇게 말했다.
"만약 실패하지 않고 있다면 충분히 혁신할 수 없다"
그러니 괴롭더라도 부디 목표를 향해가는 실패와 과정도 조금은 즐겨보자.
(아... 그런데 너무 과정만 길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