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라이프, 나만 불편해?

by 밑줄긋는여자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인싸'라는 단어가 있다.
'인사이더(insider)' 그러니까 무리에 잘 어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을 말한다. 거기에 핵인싸라고 해서 무리에서 중심이 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 방송사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었다. 그 뿐인가, 인싸되는법, 인싸개그, 인싸라이프 등등...저마다 인싸를 위해 애써야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삐딱한건가?
난 이런 '인싸'의 유행이 불편하다.

물론 무리 속에 잘 어울리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인싸가 되어야 할 것 같은, 그것이 정답인마냥 저마다 인싸를 외치는 건 다양성을 사장하는 것 아닌가.
인싸가 아닌 누군가를 밀어내는 편가르기를 은근슬쩍 하게되는 건 아닐까?

어디를 보더라도 늘 무리는 있다.
학교든, 교회든, 회사든, 동호회든.
그리고 그 무리 안에는 꼭 소외되는 사람이 있다.

예전 일이다.
회사에 처음 입사할 때 10명이 동시에 입사해서 동기가 되었다. 그러다 한 명이 바로 그만두었고 한달 후 다른 한 명이 들어왔다. 나는 한 달 늦게 들어온 동료에게 회사나 업무에 대해 알려주었고 동기모임에도 초대하려했다. 그런데 다른 동료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야, 걔가 왜 동기야? 한 달 늦게 들어왔잖아!"
결국 한 달 늦게 입사한 동료는 동기모임에 참여할 수 없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얼마 전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고 왔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앤트맨이 등장하는데 배우가 낯이 익었다. 알고보니 내가 사랑했던 미드 '프렌즈'에서 피비의 남자친구로 나왔던 '폴 러드'란 배우였다. 프렌즈에 등장하는 인물 중 주인공은 조이, 챈들러, 로스라는 남자 셋과 레이첼, 모니카, 피비라는 여자 셋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이 여섯사람을 중심으로 스쳐지나가거나 주인공과 인연을 맺었다가 떠나가는 이들이다. 이 여섯이 드라마의 인싸랄까.


미드 프렌즈에서 '폴 러드'

그런데 폴 러드란 배우는 피비의 남자친구로 등장해 그녀와 극중에서 결혼을 하게 되어 꽤 오랫동안 등장한다. 시즌 마지막인 10시즌까지 나오니까.
프렌즈 스페셜판에 비하인드 스토리로 배우 인터뷰가 나오는데 폴 러드는 남자배우들이 자신을 경계하고 괴롭혔다고 얘기한다. 소위 인싸가 아닌 그가 드라마의 많은 부분에 참여하고 메인주인공 남편까지 되는 게 꽤나 미웠나보다.

프렌즈에서 소위 아싸(아웃사이더)였던 그가, 이제 마블이라는 엄청난 제작사의 영화 주인공이라니. 프렌즈의 그들은 폴 러드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어벤져스'엔드게임'포스터 '앤트맨'

어벤져스에서 새로 등장한 앤트맨은 어벤져스들 사이에선 인싸 혹은 핵인싸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개성을 가진 캐릭터로 출연한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의 핵심이 될 양자영역이란 키를 쥐고 등장하니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보였다. 어벤져스를 보면서 좋았던 건 저마다의 어벤져스들이 다양성을 가지고 서로 불화가 있지만 그 안에서 서로를 인정하며 문제를 돌파해나간다는 거였다. 또 시리즈마다 활약하는 인물들의 비중이 다른 것도 좋다.(어벤져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를 퇴장시키고, 인기남 토르를 배불뚝이로 만든 것도 맘에 든다. 호크아이가 약하지만 꾸준히 활약하는 것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편가르기 혹은 고의적 아웃사이더를 만들어 배척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핵인싸의 열풍은 조금 아쉽다.

강의를 하다보면 조를 짜서 활동해야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런데 조별활동을 하다보면 꼭 그 안에 어울리지 못하거나 친구들이 은근슬쩍 소외시키는 친구들이 있다.
한번은 아이템개발을 하는 수업이었는데 한 친구가 자동차의 제동장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런데 다른 조원 모두가 그 친구를 무시하고 돕지 않았다. 다른 조원들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도움을 청해도 들은체만체했다. 연예인 이야기나 운동, 게임같은 것이 관심사인 아이들사이에서 자동차의 제동장치를 진지하게 얘기하는 건 인싸의 영역이 아닌거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못들은 척 하는 게 보였다. 그래도 그 친구는 꿋꿋하게 아이디어를 완성시켰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 친구를 격려하고 칭찬해주는 것 말이다.

아이언맨2에서 '맨오른쪽이 일론머스크'

그러고보면 아이언맨의 모델이자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도 학창시절 왕따를 심하게 당했다. 맞아서 병원신세를 진 적도 있다니 확실히 인싸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책에 몰두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12세에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온라인은행인 페이팔의 공동창업, 더 나아가 전기차를 선도하는 테슬라의 CEO가 되었다. 또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탐사의 꿈과 솔라시티를 통해 대체에너지인 태양광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학창시절의 아싸였던 그가 이제 인류를 이끄는 인싸가 되었다.

지금 인싸가 아니면 어떠한가.
일론머스크가 자신이 몰두하던 책과 만화를 버리고 핵인싸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면 오늘의 일론머스크는 없었을 거다.
무례한 괴짜였기에 그 다름으로 오늘의 일론머스크가 있는걸거다.

인싸?핵인싸?
됐다고 하자.
우리는 다름으로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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