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의 묘미

by 밑줄긋는여자

엄마는 요리를 잘하신다.

가끔 엄마의 요리가 생각나 레시피를 묻곤 한다.

"엄마, 간장은 얼마나 넣어요?"

"적당히 넣어야지."

"고춧가루는요?"

"그것도 적당히 넣어야지."


하하...늘 이런식이다.

정확히 얼마만큼 넣었는 지는 몰라도

엄마의 음식은 늘 '적당'하게 맛있다.


그러고보면 '적당히'란 얼마나 좋은 말인가.

'정도에 알맞게'란 뜻을 지녔으니 모자르지도 넘치지도 않은 균형잡힌 상태다.


이 '적당히'를 잘 실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서프라이즈'라고 놀랍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을 재연해서 보여준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박명수씨가 이 프로그램에 배우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NG라고 생각한 연기도 OK가 된다. 다른 배우들의 촬영도 웃음이 날만큼 적당히 빠르게 오케이 사인이 난다.

그렇게 적당하게 만든 서프라이즈는 재밌기만 하다.


인생도 '적당히'를 대입해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는 늘 필사적일 것을 요구받았다.

남들보다 더 좋은 학교, 남들보다 더 나은 직장,

남들보다 더 많은 연봉, 남들보다 더 나은 집.

무한경쟁이 쳇바퀴돌 듯 반복되는 데 안 지치고 배기겠는가?

모두가 1등일 수 없는 구조에 '노력'이란 이름으로

열정착취를 당하니 OECD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을 수가 없다.


그러니 이제 적당히 살아도 좋을 것 같다.

적당히란 인생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인생을 나에게 알맞게 살려는 거다.


사람마다 각각의 성향과 능력이 다르듯

그 사람의 '정도에 맞는' 적당한 노력과 선택을 한다면

훨씬 더 인생이 즐거워지지 않을까?


'리틀포레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시골 고향으로 내려 온 주인공이 사계절동안 농사를 지으며 음식을 만들어먹는 이야기다. (한국판도 있다)

다소 밋밋하고 정적이지만 보고 있으면 편안하다.

주인공은 무리해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달래가 나오는 때엔 달래를 넣은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밤이 떨어지면 주워다 밤조림을 만든다.

계절이 가져다주는 것들을 적당히 이용하고 즐길 줄 안다.


그러니 높은 곳만 향해서 너무 열심히 달려왔다면

내 인생을 위한 '적당히'로 숨고르기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


오늘은 적당한 영화 한 편을 골라 적당히 맛있는 요리와 함께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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