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30대가 되면 모든 것이 안정적이고 잘 갖춰진 삶을 살고 있을거라고.
그 때는 30이라는 숫자가 그렇게 완성된 무언가를 상징한다 믿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얘기했었다.
우리가 30대가 되면 하고싶은 일을 하며 멋지게 살고 있겠지?라고...는 개뿔.
막상 살아보니 30대는 엄청난 질풍노도의 시기더라.
어릴 때는 꿈도 많았고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지금 나는 당장 내일 일도 어찌될 지 모르는 프리랜서다.
아직까지 직업을 가진 적 없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 친구도 있다. 직장을 다니지만 언제 퇴사를 할 지 모른다고 불안해하는 친구도 있다.
이루고 싶은 꿈은 여전히 많지만 그것이 현실 앞에 어떻게 무너지고 무뎌지는 지 아는 게 30대더라.
주변의 기대와 요구는 높아지는데 그걸 따라갈 재주가 없어 포기하게 되는 게 하나,둘 늘어나는 게 30대더라.
10대만큼이나 지독하게 질풍노도를 겪는 게 30대더라.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일본영화가 있다. 30대의 여자 세 명의 삶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너 서른 넘었으니 200만엔은 넘겠지?
영업실적, 구조조정이 더 걱정돼
영화에는 서른이 넘었으니 모은 돈은 있어야 한다고 잔소리하는 엄마와 회사에서 영업실적과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하는 30대 여성이 등장한다.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 고민하는 모습도 등장하고...
모두가 질풍노도인 3명의 등장인물은 우리주변의 30대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대 때는 학교와 사회가 정해놓은 틀 안에 갇혀 개근상과 성적우수를 향해 달려야했고,
20대 때는 대학과 취업이라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거렸다.
30대가 되니 결혼이며 모아둔 돈이며 왜 안정적으로 살지 않느냐는 사회적 시선에 목이 졸리는 시대.
나도 울어버릴까? 가끔은 괜찮겠지?
그렇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푸석푸석하고 생기를 잃은 내가 되어 있었다.
나는 아직도 나 그대로인데 몸은 조금씩 나이를 체감하고 주변의 시선은 나를 아줌마로 대변하더라.
한 번은 차사고가 난 적이 있다.
차를 갓길에 대고 기다리는데 경찰이 와서 내게 대뜸 물었다.
"아줌마! 누가 박은 거에요?"
아...놔.
뒷차가 나를 박은 것임에도 상대편 남자가 아닌 내가 운전미숙으로 사고를 낸 거라 단정짓는 뉘앙스의 말투는 그렇다치자.
아줌마. 아줌마.
뭐 틀린말은 아니다.
그냥 그 말이 비수처럼 심장에 꽂혔을 뿐...하하.
저런 말에 상처받는 걸 보니 난 역시 하수다.
내가 기대했던 30대의 안정감은 개나 줘버린 채
이렇게 남들 눈에 아줌마로 내일 일거리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중이다.
40대라고 뭐 다르겠나.
여전히 질풍노도의 중심에 서 있을테지.
불안감은 가시지 않지만 먼 미래의 일을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인생은 언제나 불안하기에,
애써 괜찮은 척 하지 않을련다.
남들 보기에 괜찮은 차, 괜찮은 직업, 괜찮은 결혼에 얽매이다 보면 정말 괜찮은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다.
자, 그럼 질풍노도의 40대를 향해 오늘도 달려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