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근황
오랜만에 들어오게 된 브런치, 그리고 화창한 날씨입니다. 직전에 이직제안을 받고 설레었던 저는 이제 퇴사를 하고, 오전 운동을 간 뒤 카페에 앉아 오래간만에 글을 적어내려 봅니다.
이직한 회사는 연봉측면만 보면
정말 대-박 이직이라고 느껴졌어요.
연봉 앞자리가, 실수령액 앞자리가 바뀌었거든요. 누구나의 연봉과 소득은 다 제각각이지만 제 주관적으로는 굉장히 큰 변화라고 느껴져서 초반의 저는 이직이 후회되지 않았고 성공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출근을 거듭하며 그 공간에 함께하는 팀원들과, 회사의 사업군 그리고 일하는 방식이 점점 제가 원하던 방향 그리고 잘할 수 있는 방향과는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이 전 회사는 웹에이전시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기획자가 앞단에서 고객과의 컨택을 통해 꼭 필요한 기능, 그리고 협의할 부분은 협의를 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했다면, 이곳은 완전 정글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또 저는 디자인을 시작한 지 이제 5년 차여서 사수에게 무언가를 배운다기보다 스스로의 성장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는 생각하지만, 디자인적으로 자극받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동료가 없다는 게 너무나 힘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제 디자인에 대해서 아무도 피드백을 크게 주지 않으니 몸은 편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많고, 아이를 두고 업무를 하러 나가는 만큼 저 스스로도 납득 가고 열정이 생기는,
보람차게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일과 일사이의 텀이 너무나 길었고.. 일이 없을 때에는 양 옆 모두가 자연스럽게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그사이에서 편한 날은 편하다가도 불안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업무도 디자인 업무보다 기획단과 퍼블리싱 업무까지 경계 없이 확 늘어난 것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많았어요. 극복하고 참고 배워나가면 이 또한 나의 양식이 될 거야. 퍼블리싱 실력을 키울 좋은 기회잖아 힘내보자 생각도 했지만... 기획서 없는 프로젝트에 메인 디자이너로서 혼자 끌어나가는 게 너무나 힘이 들더군요.
회의 때마다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통째로 흔들리고,
수정에 수정을 할수록 더 나아지는 게 아니라 최악으로 가는 것 같을 때 저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이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웹디자이너, 즉 필드에서의 디자이너는 아티스트가 아니니 그들이 원하는 대로만 디자인을 해주면 된다는 상사의 말도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도 힘듦은 정말 많았지만 적어도 동료들의 디자인에 관한 생각들과 욕심 그리고 회사에서도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게 많은 만큼 디자인에 대해 배워갈 기회가 많았는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아이를 낳고 여태 열심히 일 해오기도 했고, 몸도 자주 아프고.. 했으니 잠시 쉬어가기로 남편과 상의 끝에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설렘이 가득했던 출근 전과 다르게 조금은 안 좋은 결과였지만…업무에 관해서, 그리고 나의 직업관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퇴사한 요즘은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못하던 운동도 다니고, 늘어져있기도 하고 여행도 다녀오고, 집안일도 더 열심히 하고 나름대로 너무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신경 쓰며 쉬고 있습니다.
우선은 한 달 정도만 쉬고 다시 업무를 구해보기로 결정했는데 초조함 때문인지 지속적으로 잡플래닛 같은 공간에 들어가서 공고를 보고 있어요.. 곧 아이 여름방학이라 그 시기 지나고부터 지원을 해봐야겠다 생각하며 일단 초조한 마음은 미뤄두고, 브런치에 글을 오래간만에 올려봅니다.
요즘, 브런치보다 블로그에 일상을 더 많이 기록하고 있거든요.한 곳에 몰두하다 보니 자주 올리지 못해서 마음이 쓰이던 차에 오늘 비가 안 와서 카페에 온 김에 브런치에 근황 겸 나의 큰 이슈 사항을 남겨봅니다.
블로그도 브런치도 나의 생각들과 고민 그리고 경험의 발자취를 남겨두고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잠시 멈춰가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용기를 낸 만큼 후회 없이 고민하고, 쉬고, 즐기려고요.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여전히 남아 있을 진 모르겠지만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