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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Nov 17. 2024

중년의 소리

중년 판별법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것이 2016년이다. 우리나라 작가가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그때도 한강 작가의 책이 인기를 끌었다. 내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은 것은 작년(2023년) 하반기 아니면 올해 초 정도가 된다. 이미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도서관 책은 나달나달했지만, 한강 작가의 문장들은 날카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한강 작가의 책은 곧 품절이 됐고, 도서관의 예약도 모두 마감이 되었을 것이다. 맨부커상 수상의 번잡함을 피해 몇 년 뒤에 읽어둔 것이 내가 좋아하던 식당이 유명 맛집 리스트에 오른 것처럼 왠지 기뻤다.


그런 기쁨을 다시 누리기 위해 다음 목표를 탐색하던 중에 예전에 예약이 잔뜩 걸려 빌리지 못했던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외국에서 수상을 한 이력이 있고 2022년에는 맨부커상 후보에도 오른 작품이다. 내가 기억하는 제목은 ‘보라토끼’. 그런데 아무리 도서관 사이트에서 검색해도 잘 찾아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을 씨름하던 중 이유를 찾아냈다. 제목에 대한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이다. 올바른 서명은 ‘저주토끼’였다. 작가는 정보라 작가. 풋, 한 기억력 하던 나였는데 나이가 들며 기억력이 파편 났음을 깨달았다. 중년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도서관에서 차를 끌고 집으로 와서 주차를 하고 내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소리가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끄응”. 아, 할아버지들이 내던 그 소리.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내려고 허리를 굽혔다가 일어나는데 이상하게도 또 그 소리가 나와버렸다. “끄응” 의도한 적도 없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입에서 빠져나오는 이 소리. 이 소리는 한국 중년 남자 눈사람씨가 앉았다 일어나거나 몸을 굽혔다 펼 때 나오는 의도치 않은 소리입니다… 쩝.


그런데 몇 시간 후에 아내도 차에서 내리는데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 말았다. ‘음. 나보다 어린 친구인데 이제 어쩔 수 없는 중년이군.’ 하물며 나는, 완벽한 중년이란 것을 깨달았다. 의도치 않은 소리가 나온다면 피하지 말고 인정하자. 빼박 중년임을. 이제 연식이 좀 된 몸의 이곳저곳이 힘쓰기 위해 내는 피치 못할 소리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아직 “아이고야”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하루하루 더 보람차고 값지게, 건강을 생각하면서 지내야 한다.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내일은 출근도 해야지. 일어나 침대로 가자.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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