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 기획자 Oct 12. 2023

돈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쫄보 창작자의 마인드셋 굳히기 

한국 사회에서는 돈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렵다. 너무 돈돈거리면 비굴해 보이기까지 하다. 처음 보는 사람,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돈 이야기를 하는 건 예의 없게 보이기까지 하다. 나 역시 타인이 나를 비굴하게 볼까 봐, 혹은 품위 없게 볼까 봐 돈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전혀 하지 못하였다. 지속가능한 창작 생활을 하기 위해 당당하게 돈 이야기를 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창작자가 돈 이야기를 깔끔하고 당당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돈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지속가능한 창작생활을 하는데 유리해지고, 비즈니스적으로도 깔끔해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글쓰기, 그림 그리기 관련 강좌들을 찾아다니면서 창작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어떤 과정은 1년 정도 교육을 받는지라 거의 대부분 회사를 그만두고 몰두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창작에만 몰두하니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왔다. 책도 출간되고 앨범 커버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딱 1년이 지나니 대부분 현실로 복귀하였다. 누군가는 서점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또 누군가는 본래 다녔던 회사로 재취업을 하였다. 작가 생활만으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창작만으로 먹고살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던 순간이다. 창작 활동도 현실이기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나도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었다. 지속가능한 창작 생활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집에 여유가 있거나, 다른 데서 수익을 벌거나, 여유가 생기도록 창작을 하거나 셋 중 하나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좋아하는 창작 활동을 오랫동안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여유가 생기도록 창작 활동'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 이야기는 소비하는 돈보다 벌어들이는 돈이 높으면 된다. 그동안은 여행 경비, 기념품 등등을 합하면 벌어들이는 돈의 족히 3배 이상은 쓰고 있었다. 생각 없이 투자만 하지 말고 '수익'에 대한 마인드셋을 구축하기로 했다. 


수익을 만드는 방법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인터넷에 찾아보면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창작활동을 하기로 결심하는 것,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하는 것까지가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걸렸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헌신하며 내가 번 수익을 바쳐가며 일을 하였지만, 인정한 순간 구조를 바꿔야겠다는 마인드 셋이 달라진다. 



돈에 대한 마인드셋을 구축하기


마인드 셋이 달라지는 순간 돈 이야기를 하는 게 아주 약간은 수월해졌다. 그동안은 나의 원고료가 얼마나 되는지, 내 일감의 보수가 어떻게 되는지 먼저 말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돈 이야기를 하는 게 아주 약간은 수월해졌다.  돈 이야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정확한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시행착오와 연습이 필요했다. 애매하게 단가를 이야기하기보단 내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들어간 모든 시간과 노력을 합해 정당한 보수를 요구했다. 때론 견적서가 필요하기도 했다. 기업과 일을 할 땐 왜 이러한 보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지 고민을 해야 했고, 자연스레 내 일에 대한 시장 가치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너무 돈을 밝히면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거나,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상대로 어떤 클라이언트와는 어색해졌고, 또 어떤 클라이언트와는 깔끔해졌다. 마인드셋을 갖추기로 결심한 초반기에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스킬이 부족한 상태로 '보수', '비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행책 출판 계약이었는데 마음으로는 인세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계약이었다. 하지만 너무 인세가 적었고, 이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과정에서 내 생각을 부드럽게 표현하지 못하고 너무 직설적이게 이야기하면서 결국 계약이 불발되었다. 계약이 파기되니 신성한 창작 시장에서 너무 '자본주의 마인드'를 내세운 것이 아닌지 우울해졌다. 하지만 딱 그 한 번의 계약 파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계약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히려 깔끔하게 금전적 관계가 정리되어 홀가분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색하였지만 자연스레 돈 이야기를 내가 먼저 시작하면서 지속 가능한 창작자의 대열에 조금은 가까워지게 되었다. 


가끔 N잡러, 긱워커 등의 환상적인 이야기가 많다. 단군이래 돈 벌기 가장 쉬운 세대라고 이야기한다. 재능이 있고, 브랜딩이 마련되어 있다면 충분히 맞는 이야기라고 동감한다. 하지만 아무 기반도 없는데 돈을 주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어느 정도 기반이 닦여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장밋빛 미래만 바라보고 낭만을 향해 뛰어드는 건 무모하다. 냉정하게 환경을 분석해야 하고, 마인드가 갖춰져야 지속가능하게 좋아하는 창작을 이어나갈 수 있다. 난 그 첫 단추를 '그동안 하지 못했던 돈 이야기를 꺼내기'로 정했고, 내 노력에 대한 시장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꿰매기 시작했다. 







이전 01화 지속 가능하게 여행 작가를 할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