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컴퍼니
벼룩시장, 먼지가 쌓인 LP판, 손때 묻은 낡은 책.
그 속의 잠들어있을 오랜 기억들이 새삼 궁금해지던 날,
나는 셰익스피어&컴퍼니로 갔다.
셰익스피어 & 컴퍼니.
어쩐지 이름에서 향기기 난다.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공간.
수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완성하고 쉬었다 가던 곳.
천장 끝까지 닿아있는 책들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꼭 내 방이었으면 좋겠을 곳.
삐그덕 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간다.
낡은 책 한 귀퉁이에 빛바래진 누군가의 절절한 로맨스가 마음을 뜨겁게 했다.
군데군데 소리를 잃은 낡은 피아노가 노래하는 곳.
탁자 위에 놓인 분홍빛 장미는 유난히 싱그러워 보였다.
창문으로는 햇살이 쏟아지고 센 강과 노트르담은 그림처럼 빛나고 있었다.
폭신한 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써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을 이곳.
조심스레 타자기 앞에 앉아 자판을 눌러본다.
몇 백 년 전 누군가는 이곳에서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글을 썼겠지.
사람들이 남기고 간 쪽지들을 살며시 쓰다듬어 보면 그들이 놓고 간 마음의 온기가 전해진다.
한 겨울 옹송거리는 추위를 녹여주는 따뜻한 난로 같은 곳,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언젠가 책에서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마음에 들었던 카페를 10년 뒤 다시 찾아와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곳이 바로 ‘파리’라고..
사랑도 사람도 쉽게 변하는 요즘 같은 때에 고즈넉이 내 마음에 와서 닿아 버린 말이었다.
내가 파리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