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진아 보복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처음으로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었던 날의 경험

by 김명희

성적처리와 기존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마무리, 연말부터 시작된 새로운 과제의 진행, 새해에 시작할 프로젝트 준비 등으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휴대폰을 확인하니 부재중 전화가 8개가 와있다. 번호도 두 가지라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전화를 해보니 수화기 너머로 양호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다쳤는데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다짜고짜 언제까지 학교에 올 수 있냐고 한다. 바로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빨리 오라고 한다.


이미 차를 타고 학교에 가던 중이라 되돌아오는데도 한 시간 이상 걸려서 급히 일처리를 하고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로 달려갔다. 운전하며 가는 중에도 학폭 담당 선생님과 양호 선생님이 번갈아 전화를 하시면 상황을 설명하신다. 학폭 담당 선생님은 아이들끼리 일어난 일이고 별일은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셨지만. 양호선생님 목소리는 사뭇 다른 톤이다.


양호실에 앉아있는 아이를 보니 양호선생님이 해주셨는지 팔자 붕대를 하고 있다. 모르는 아이가 넘어뜨려서 넘어졌는데, 수업을 하려고 보니 책 들기가 어려워서 혼자서 양호실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물어도 그냥 넘어졌다고만 답을 할 뿐 자세한 설명을 안 한다. 상대방 아이가 사과해서 받아줬다는 말을 할 뿐.


그런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보니 쇄골이 부러졌다.

전지 6주. 6주 후에도 한 달 이상 회복기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


이후 가해학생 부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쿠기와 성재가 입기 편하도록 난방을 선물해 주고 병원비도 주겠다고 한다. 이때 참 고민이 많이 되었다. 미안해하긴 하는데, 전치 6주 상해를 사과로 끝내도 괜찮은 것인지, 가해 학생의 다짐만 믿고 함께 학교에 다니게 내벼려 둬도 되는지..


그런데 대화를 하다 보니 자꾸 아이의 진술과 다른 말들이 나온다. 공놀이하다가 실수로 얼굴이 맞았다, 그냥 밀쳤는데 뼈가 부러졌고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의 말은 일부로 친구 얼굴에 배구공을 던져서 맞혔다고 한다. 누가 맞는지 다투다 보면 감정만 상할 것 같아 CCTV 조회를 요청했는데, 공을 일부러 던진 게 맞다.


가해학생은 다른 친구와 공놀이를 하다가 시소를 타고 있는 우리 아이의 친구 얼굴을 보더니 그대로 배구공으로 가격을 한다. 그리고서는 웃으며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껴지던 차에 우리 아이가 다른 친구와 같이 다가와 친구 손으로 가해 학생 아이의 뒤통수를 친다. 이후 가해 학생은 손의 주인을 돌려치하고, 다시 우리 아이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우리 아이의 추격장면은 CCTV에 담기지 않았지만, 한참의 추격 후 달리는 아이 다리를 걸어서 휘청일 때 돌려치기해서 땅바닥에 매꼿았다고 한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건을 학폭을 먼저 접수하였고, 이후 경찰서에도 사건을 접수하였다.


경찰 접수를 할 때 맞폭으로 가해자가 공격할 수 있다며 그래도 접수하겠냐고 담당 경위가 수차례 질문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잘못이 명백한데 맞폭을 할까 싶었고, 맞폭이 두려워 신고를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신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건이 접수된 후 가해학생은 우리 아이가 원인을 제공했다며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하고, 경찰에도 뒤통수를 한 대 맞았다며 폭행으로 고소를 했다. 그리고 나의 스트레스 게이지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가해자의 어머니는 나에게 어디서 자기 아이에게 가해자라는 표현을 쓰냐며 결과 나오면 그따위 말을 하라고 한다. 뼈를 부러뜨리고서도 학폭 심의위원회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가해자로 인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여기서 더해 앞으로 자신도 피해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고, 더 심한 것도 할 수 있다며 협박성 문자를 보내왔다.


이때부터 삶이 지옥으로 바뀌었다. 학교에 전화해서 자기 아이와 우리 아이가 함께 하지 않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뒤통수를 친 것에 대해 맞폭으로 신고를 했으니 자신의 아이도 피해자라며 학교에 우리 아이로부터 격리하게 요청을 하겠다고 한다.


세상에 이렇게 쓰레기 같은 사람도 있구나 싶기도 하도, 사과받고 바로 합의를 해주었다면 얼마나 바보처럼 보였을까 하는 안도감도 느껴졌다.


도대체 뭐라고 진술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심의위원회 결과는 우리 아이는 1호 처분, 상대아이는 3호 처분이 나왔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이들과 다툼을 한 적 없이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한 우리 아이에게 단 한번 뒤통수친 일로 1호 처분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뒤통수 한 대 맞았다고 우리 아이 쇄골뼈를 부러뜨리고 후유증을 남긴 상대아이는 3호 처분을 받았다.


처음엔 판결을 엎고 싶었지만, 어차피 생활기록부에 남지 않는 처분 때문에 에너지를 쏟지 않기 위해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던 상대방 아이 어머니에게 문자 한 통 보냈다.


"어머니 우리 아이는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OO군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왔습니다. 뒤통수 때린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사과편지 보내겠습니다."


어차피 억울함은 개인적이고 해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어차피 학교에서 다 지켜봤을 것이고, 피해자에게 맞폭을 걸어서 사과편지를 받아냈다고 기뻐하는 학생이 좋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학폭 사건을 통해 우리 아이는 상처도 받았지만, 내적으로 많이 단단해지고 성장했다. 처음엔 학폭 피해자로 낙인을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지만, 폭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확실히 배운 것 같다. 그리고 잘못을 했을 때는 무조건 사과를 하는데 최선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배운 점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었다면 무조건 신고가 답이라는 점이다. 억울하다고 같이 치거나 보복이 두려워 숨기는 것은 절대 절대 안 된다는 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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