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의 따스한 메시지

by 김명희

학폭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는 커녕 맞폭으로 대응하며 성재는 3일 간의 상담조사와 법원 출석을 해야 했다. 아이는 의외로 덤덤했지만 나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 조사를 받는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어이가 없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는 변호사님들께 자문을 구하니 모든 것은 판사님의 재량이고, 무엇보다 우리 나라 법이 학폭 피해자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혹시 모르니 보호자 의견서를 제출해 보라고 해서 판사님께 상황을 잘 설명해 보았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는 학교를 3일 결석하고 상담조사를 받고 법정에 섰다.


판사님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보라며 충분히 시간을 주셨다. 그리고는 내가 뭔가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거듭 말씀하셨다. 그리고 우리 성재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성재야. 너는 앞으로 미래가 촉망되는 아이야.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1호처분도 받아서는 안된다. 살짝 치던 세게 치던 똑같은 폭력이야. 그리고 친구 일은 친구가 직접 해결하도록 해라. 절대 남의 일에 네가 나서지 말아. 너에게 이말을 꼭 해주고 싶어서 법정에 불렀다."


그제서야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가 있으면 나서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판사님은 우리에게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방법이 적절하지 않으면 문제가 됨을 알려주고자 하신 것이다. 사려 깊은 의도가 있었는데 내 생각대로 상대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서운해 한 점이 부끄러웠다.


부당한 맞폭이었지만 성재와 나는 작은 터치도 상대가 폭력이라 생각하면 폭력임을 확실히 배웠고, 앞으로 학폭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또한 학폭 신고와 맞폭의 과정을 겪으며 아이는 더 이상 학교폭력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많이 단단해졌다.


전치 6주의 쇄골 골절, 가해자의 맞폭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 각종 사건 조사와 상담에 사용한 시간과 비용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많은 수업료를 지불했지만 돌아보니 그다지 아깝지 않은 비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고등학생 때 친구 구한다고 상대방 밀쳤다가 1호 처분이라도 받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찔하다.


선한 의도의 터치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 학폭은 숨기면 안된다는 점, 남의 일에 섯불리 나서지 않기, 의도 못지 않게 방법도 중요하다는 점. 기나긴 학폭과 맞폭의 과정으로 얻은 최종적인 교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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