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Mar 03. 2019

<취재현장> 중국공안국 유치장 - 5 여유로운 감방생활

#취재현장 #중국유치장

<취재현장> 중국 공안국 유치장 - 5 여유로운 감방생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취재 과정에서 핑샹 공안국 파출소 유치장에 억류된 경험을 글로 적어 소개하는 글입니다. 굉장히 특수한 경험이라 기록으로 남깁니다.



1편 : 희귀한 경험

2편 : 유치장에 갇히다

3편 : 단식

4편 : 새벽 4시 30분 주 경장이 왔다

5편 : 여유로운 감방생활

6편 : 복기



일시 : 3.1 15:30 ~ 3.2 19:00

장소 : 중국 광시(廣西) 장족자치구 핑샹(憑祥) 공안 파출소



    '여유로운 감방생활'

    모든 조사가 끝나자 이제 처분대로 기다려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 다가왔다.

    주 경관은 우리가 필요한 것은 뭐든지 가져다 주라는 말을 남기고, 공안국을 떠났다.

    나는 주 경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영혜가 누울 새 간이침대와 새 이불을 달라고 했다.

    그들은 이곳의 나폴레옹과 같은 주 경관의 어명이 있어선지 이전과 달리 빠릿빠릿하게 나무로 짠 간이침대와 새 이불을 구해왔다.

    긴장이 좀 풀렸는지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죽을 좀 가져다 달라고 했다.

    물론 해삼이 들어 있는 죽을 좀 달라고 했다. 그들은 군말 없이 내 부탁을 들어줬다.

    죽을 먹은 우리는 새벽 6시 30분이 돼서야 간이침대에 몸을 뉘었다. 새 침대는 콘크리트 침상에 비하면 매우 과학적으로 만든 에이스 침대 같았다.

    잠을 자고 일어난 시각은 다음 날 오전 10시께 아침을 먹겠느냐고 한 경관이 우리에게 물었다.

    그때 주 경관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는 밤새 불편한 점이 없는지 필요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아침으로 죽 말고 요우탸오와 떠우장이 먹고 싶다고 말했고, 주 경관은 곧바로 부하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잠시 뒤 한 경관은 요우탸오와 떠우장에 만두까지 챙겨서 아침을 가져왔다.

    약간 재밌기도 하고, 아마도 내가 이들에게 큰 실적이 될 거 같기도 해서 나는 어디까지 해주나 시험을 해봤다.

    아침을 먹은 뒤 우리를 감시하던 한 여경에게 혹시 여기에 과자가 있냐고 물었다.

    그 여경은 공안국 앞에 마트가 있다고 답했고, 그럼 좀 사다 줄 수 있겠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여경은 자기 부하를 시켜 과자를 좀 사 왔다.

    휴대전화를 조금씩 쓸 수 있는 것도 이때부터였다.

    나는 일단 회사와 록수에게 내 상황을 알렸고, 대략 오후 3, 4시께 풀려날 것이라고 메시지를 넣었다.

    그리고 나자 정신이 좀 온전해졌고 머릿속도 맑아졌다. 그제야 이곳이 어딘지 궁금해졌다.

    우리를 감시하는 경관은 2~3시간 텀으로 바뀌었는데 그중 인상이 좋은 한 경관에게 출장 때 가져간 휴대용 혈압계를 보여주며 혈압을 재주겠다고 접근해 이곳의 위치가 철도와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 뒤 다시 점심시간이 찾아왔고, 나는 "이 지역 특산 요리를 먹고 싶다"라고 요구했다.

    공안들은 그렇다면 거위로 만든 차슈인 차샤오어(叉烧鹅)를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영혜와 나는 새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며 망중한을 즐겼다.

    그러면서 한쪽 귀는 철도 쪽으로 안테나를 세워뒀다.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지나갈 때는 상하행선 모두 열차가 통제되며, 기차 소리가 나면 틀림없이 북한 특별열차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점퍼 주머니에 숨기고 이불을 말아 덮은 뒤 감시 공안의 반대방향으로 돌아 누웠다.

    그리고 2시 30분께 기차 소리를 들었다. 곧바로 베이징의 선배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이 내용은 바로 속보 기사로 처리가 됐다.

    그가 갔다는 것과 출장 와서 뭐라도 일을 했다는 사실에 나는 마음의 평안을 다시 찾았다.



    '또다시 위기를 맞은 영혜'

    환경개선으로 잘 버텨오던 영혜가 오후 4시가 넘자 다시 무척 힘들어했다.

    낯선 환경에 몸까지 안 좋으니 컨디션이 확 떨어졌던 모양이다.

    영혜는 나한테 "지금 정신이 무너질 거 같아요"라는 이상스러운 말을 하고 고개를 책상에 박고 잠을 청했다.

    답답한 공간에 너무 오래 있어 생기는 급성 공황장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혜는 불안해했다.

    이미 김정은 특별열차도 지나갔겠다 나는 승부수를 띄웠다.

    우리를 감시하던 여경에게,

    "영혜가 너무 걱정돼 더는 못 기다리겠다. 열차가 지난 지 2시간이 넘었는데 우릴 안 보내주는 것은 약속 위반이다. 그리고 외신기자를 증거 없이 하루 이상 구금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대사관 통해 문제를 제기하겠다"라고 하자 그는 상사에게 이 내용을 그대로 보고했다.

    잠시 뒤 넘버 2인 여경이 우리를 찾아왔고 우리는 진피 보이차와 동남아 과일이 한상 차려진 다과상에 초대를 받았다.

    넓은 공간에서 차와 과일을 마시고 먹으면서 영혜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여유를 찾은 것은 공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우리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특별만찬을 준비했다.

    식탁에는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한 양광(兩廣·광둥과 광시) 음식이 한상 떡하니 차려져 있었다.

    여경은 식사를 마치면 난닝 역까지 가는 차를 공수해 주겠다고 친절까지 베풀었다.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영혜도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표정이 밝게 돌아왔다.

#취재현장 #셔틀놀이

++마지막편으로


이전 20화 <취재현장> 중국공안국 유치장 - 4 그가 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