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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중국 공안국 유치장 - 4 그가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취재 과정에서 핑샹 공안국 파출소 유치장에 억류된 경험을 글로 적어 소개하는 글입니다. 굉장히 특수한 경험이라 기록으로 남깁니다.
4편 : 새벽 4시 30분 그가 왔다
일시 : 3.1 15:30 ~ 3.2 19:00
장소 : 중국 광시(廣西) 장족자치구 핑샹(憑祥) 공안 파출소
'4시 반 그가 왔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모든 조사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그가 나타났다.
핑샹 공안국의 가장 높은 사람인 '주 경관'이었다.
부하들은 그를 주 경관이라 불렀고, 해병대 전우회 같이 생긴 단단한 인상의 그는 눈빛부터가 후덜덜했다.
그는 우리를 보더니 나를 먼저 지목해 조사실로 데려갔다.
조사실을 보니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돼 있었고, 사진을 찍는 중간 간부 한 명도 있었다. 또 참관인으로 우리를 감시하던 중간 간부도 내 옆 자리에 자리를 마련하고 앉아 있었다.
조사는 이전 조사와 달리 굉장히 위압적으로 진행됐다.
내가 영혜와 입을 맞추기 쉽게 통역으로 영혜를 불러달라고 했으나 그냥 알아들을 수 있도록 진행할 테니 괜찮다는 답만 돌아왔다.
조사 내용은 이전과 같았고, 주로 내가 뭔가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하려 했는지를 자백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누가 당신 여기에 보냈냐?' '서울 본부에서 가라고 한 것인가?' '왜 두 번이나 이곳에 왔나?', '취재 법규를 위반한 사실을 아는가?' 등등 교묘하게 나를 함정에 빠뜨릴 질문들이 많았다.
밤새 조사를 받은 데다가 약간 졸리기까지 했던 나는 냉수를 달라고 한 뒤 정신을 좀 차리고 요리조리 함정을 피해 조사를 받았다.
주 경관은 나에게 "당신은 매우 중대한 기밀을 취재하려 했다"면서 "당신은 이 점을 이해했는가?"라고 물었다.
그의 질문에 "나는 단지 김정은이 진짜 가는지 또 현지 분위기가 어떤지 보러 왔을 뿐이다"라고 또박또박 대답을 반복했다.
그는 마지막에 "이 일을 복잡하게 끌고 가서 문제 삼을 수 있지만, 당신이 김정은이 간 뒤 여기서 나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나는 이 일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딜을 해 왔다.
나도 이 정도면 받아들일만하다고 판단해 취재를 포기하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조사가 끝나자 이 주 경관이라는 인사는 나에게 A4 용지로 프린트된 '외신기자 취재 법령'을 한 부 건넸다.
물론 이 장면은 다른 공안이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기록하고 있었다.
우리 둘이 악수하는 장면도 찍었고, 옆에서 조서를 작성하던 경관, 참관인까지 내 주위에 서서 방긋 웃는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나는 무슨 동물원에 갇힌 코끼리 같았지만 정당성의 우위와 영혜의 안위를 결정할 그들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조사가 다 끝난 뒤에도 주 경관은 자신이 관용을 베푼 것에 대해 일장 연설을 했고, 나에게 훈계조로 취재 주의사항을 읊어댔다.
내가 인상을 쓰면 그는 전가의 보도처럼 "이곳은 변경지역이다. 작은 일도 큰일이 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놔 내 표정을 방긋 웃게 돌려놓았다.
나에 대한 조사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영혜에 대한 조사는 매우 간단하게 끝이 났다.
#취재현장 #주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