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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중국공안국 유치장 - 3 단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취재 과정에서 핑샹 공안국 파출소 유치장에 억류된 경험을 글로 적어 소개하는 글입니다. 굉장히 특수한 경험이라 기록으로 남깁니다.
3편 : 단식
일시 : 3.1 15:30 ~ 3.2 19:00
장소 : 중국 광시(廣西) 장족자치구 핑샹(憑祥) 공안 파출소
'단식'
영혜가 죽을 먹을 때 공안들은 나에게도 도시락을 건넸다.
하지만, 여기서 밥을 먹으면 뭔가 숙이고 들어가는 것 같아 밥을 거부했다. 그리고 혹시나 밥을 먹는 동안 영혜가 어디론가 이송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유치실 앞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실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뭘 먹으면 오히려 속이 더부룩할까 봐 도시락을 먹지 않았다.
게다가 거기에 무엇을 넣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당시 내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TBS 사건으로 바짝 독이 오른 공안이 우리에게 어떤 죄를 뒤집어 씌울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새벽을 넘어 아침으로 향해가자 우리도 지쳤지만, 우리를 감시하는 공안도 지치기 시작했다.
한숨 잠을 잔 영혜는 다행히 기력을 찾았고, 지금까지 내가 파악한 상황을 영혜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내 카메라, 내 컴퓨터, 영혜 비디오카메라에 있는 영상을 지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 카메라는 마음씨 좋은 공안이 감시를 할 때 내가 옷을 꺼내는 척하면서 카메라를 켜 메모리 카드를 포맷시켰다.
그리고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던 지난 2년간 취재했던 사진도 컴퓨터에 있는 드라마를 좀 보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눈물을 머금고 삭제했다.
여기까진 성공했으나 비디오카메라는 CCTV 두 대와 감지자 2명이 있는 상황에서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운에 맡기기로 하고 영혜와 나는 다시 면벽 수행과도 같은 유치장 대기를 재개했다.
이때 출장 올 때 챙겨 온 책 '선을 넘어 생각하다'는 시간을 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4평 남짓 공간이 주는 두려움'
영혜와 내가 갇힌 유치장은 진짜 범인을 가두는 유치실을 제외하면 화장실 하나와 책상 하나 죄수를 결박하는 의자 하나 나무 의자 4개 정도로 4~5평 정도 된다.
유치실 두 개가 오른편에 병렬로 마련돼 있고, 이를 지키는 공간이 우리가 대기하던 장소다.
유치실 안쪽에는 오픈된 화장실이 별도로 있고, 콘크리트 침상과 이불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현재 핑샹은 우기이기 때문에 바닥도 습기가 가득할 정도로 습했는데 새벽에는 한기가 올라와 뼈가 시렸다.
또 왼편에는 취조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만 우리가 접근할 수는 없었다. 그곳에는 컴퓨터와 녹음 장비, 그리고 안에서 밖이 안 보이는 유리와 그 건너에 별실이 있었다.
이 취조실은 평소에는 변호사 접견실로도 사용되는 것 같았다.
사실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좁은 4평 남짓한 간수 공간에서 책을 보다가 유치실 안에 있는 콘크리트 침상에 가서 눕는 것 외에는 없었다.
유치실에는 이불이 있었지만, 너무 습기가 많아 곰팡내가 풀풀 풍길 정도여서 나는 도저히 누울 수가 없었다.
또 주기적으로 영혜와 나를 조사실로 데려가 조사를 하는 것 외에는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통에 그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사람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그곳에 누우면 꼭 내가 혐의를 인정하는 것 같아 싫었다.
더 걱정인 것은 나야 경찰청을 출입하면서 수도 없이 유치실을 다녀 익숙하지만 영혜는 정말 크게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몸 상태까지 안 좋은 데다가 혹시나 국가보안법 같은 법률을 위반했다고 혐의를 씌우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나도 태연한 척 잠을 청해 보기도 하고 의자에 발을 올리기도 하고, 별짓을 다 했지만,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4면의 벽이 점점 옥죄여 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록수가 여기까지 면회 오다가 짜증을 엄청 내겠지? 애들은 멀어서 오지도 못할 텐데.라는 쓸데없는 잡생각까지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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