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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Mar 03. 2019

<취재현장> 중국공안국 유치장 - 2 유치장에 갇히다

#취재현장 #중국유치장

<취재현장> 중국 공안국 유치장 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취재 과정에서 핑샹 공안국 파출소 유치장에 억류된 경험을 글로 적어 소개하는 글입니다. 굉장히 특수한 경험이라 기록으로 남깁니다.



1편 : 희귀한 경험

2편 : 공안국에 갇히다

3편 : 단식

4편 : 새벽 4시 30분 주 경장이 왔다

5편 : 여유로운 감방생활

6편 : 복기



일시 : 3.1 15:30 ~ 3.2 19:00

장소 : 중국 광시(廣西) 장족자치구 핑샹(憑祥) 공안 파출소


    '공안국에 갇히다'

    핑샹 검문소에서 차로 10분가량 달려 공안국에 도착한 뒤 우릴 내려놓은 국가안전부 사람은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공안들은 우리를 조사하지도, 또 뭔가를 묻지도 않고, 그저 소지품을 압수한 뒤 유지장 내에 우리를 앉혀뒀다.

    그렇게 두 시간쯤 지났을까? 젊은 공안들이 영혜와 나를 분리해 조사를 시작했다.

    영혜가 먼저 조사를 받았는데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왜 두 번이나 이곳에 왔는지와 방문 목적이 김정은 취재라고 하는데 영혜의 역할은 무엇인지 이런 류의 질문이었던 듯했다.

    조사는 개인당 한 시간 남짓이었고, 조서도 빠르게 작성됐다.

    이제 시간은 오후 10시가 다 돼 갔고, "나는 간단한 조사만 받고 풀려 날 것이다"라고 말한 그 인사에 대해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를 감시하는 공안에게 그를 불러달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조서에 인장을 다 찍을 때까지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거의 오후 11시가 다 돼서야 그는 우리 앞에 우리가 쓴 조서를 들고 나타났다.

    나는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따졌고, 그는 "지금 상부에서 검토 중"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의 휴대전화를 소지품 수거함에서 꺼내 비밀번호를 물어 가져 갔다.

    영장도 없이 저런 짓을 잘도 하는구나 생각이 들면서도 정당성의 우위가 있는 그들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부의 결정은 생각보다 늦어졌다.

    우리는 서늘한 유치장에 놓인 나무의자에 앉아 고된 벌을 서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를 이곳에 데려온 이들 중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영혜는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이미 멘탈이 나간 상태였고, 나는 그런 영혜를 보며 내 판단 미스가 이런 일을 초래했다며 속으로 자책했다. 다만 겉으로는 미소를 잃지 않고, 영혜에게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솔직히 국가안전부 조사는 나도 처음 받아 보는 데다가 기존과 달리 구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차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영혜의 상태 악화'

    이번 경험에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영혜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새벽 비행기를 타고 난닝 공항에 도착해 김정은 위원장이 지날 난닝 역 주변에 숙소를 정해 두고 바로 핑샹에 온 터였다.

    당연히 식사는 기내식 한 끼가 전부였고, 영혜는 여성들만이 겪는다는 고통까지 겹친 상태였다.

    나는 속으로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려 꽤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혜의 상태는 계속 심해져만 갔다.

    결국에는 초기 조사에 이어 두 번째 조사가 끝나자마자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공안들도 놀랐는지 어디선가 죽을 구해와 영혜에게 먹였다.

    죽을 먹으면서도 감시는 계속됐고, 영혜에 대한 추가 조사도 이뤄졌다.

    추가 조사를 마친 영혜는 이미 얼굴이 백지장같이 하얘져 있었다.

    나는 우리가 대기하던 유치실 바깥쪽에 있지 말고, 유치실 안에 놓인 콘크리트로 된 침상에라도 누워 있으라고 영혜를 타일렀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영혜도 도저히 앉아 있지 못하겠는지 습기가 가득한 유치장 이불을 콘크리트 침상에 깔고는 누워서 잠이 들었다.

    이때 시간은 이미 새벽 2시를 넘어섰다.

#취재현장 #영혜

++3편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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