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Mar 03. 2019

<취재현장> 중국공안국 유치장 - 6 복기

#취재현장 #중국유치장

<취재현장> 중국공안국 유치장 - 6 복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취재 과정에서 핑샹 공안국 파출소 유치장에 억류된 경험을 글로 적어 소개하는 글입니다. 굉장히 특수한 경험이라 기록으로 남깁니다.



1편 : 희귀한 경험

2편 : 유치장에 갇히다

3편 : 단식

4편 : 새벽 4시 30분 그가 왔다

5편 : 여유로운 감방생활

6편 : 복기(끝)



일시 : 3.1 15:30 ~ 3.2 19:00

장소 : 중국 광시(廣西) 장족자치구 핑샹(憑祥) 공안 파출소



    '복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유치장에 누워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공을 들여 세운 취재 계획을 내 즉흥적인 판단이 망쳤다는 것이 이번 취재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었다.

    다만, 이미 공안이 철저한 검문검색을 한 것과 영혜가 지난번 왔을 때 호텔 복도에서 일본 매체와 접촉한 정황까지 알고 있었던 것, 또 지난번 방문 때 우리가 숙소를 3곳이나 옮겨 다녔다는 것도 그들이 이미 파악한 점 등으로 미뤄 영혜가 혼자 핑샹에 왔어도 붙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게다가 나 없이 영혜 혼자 붙잡혔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영혜는 틀림없이 이성을 잃고 무너졌을 것이다.

    거기에 우리가 풀려나기 한두 시간 전에는 주요 기차역에 숨어 있던 외신 기자들이 공안에 발각돼 붙잡혔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

    결론적으로 내가 난닝에 남았어도 나는 나대로 난닝에서 조사를 받고, 영혜는 영혜대로 핑샹에서 조사를 받아 더 상황이 악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영혜는 이번에 체력도 부족한 상태에서 큰일을 겪어 정말 힘들어했다.

    내가 좀만 더 영혜를 믿고 혼자 보내거나 나와 따로 차를 타고 핑샹에 진입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이니 확신할 수는 없다.

    처음엔 원망스러웠던 핑샹의 공안들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들도 김정은의 출현이 주는 충격과 근무 부담이 꽤 컷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우리가 필요한 것을 공수해줬던 것은 감사하다. 다만 과격한 업무 집행과 밤샘 조사는 다시 생각해도 조금 과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은 '운이 좋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결과야 어찌 됐든 이번 사건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위반 사항이 포함됐다. 지난해 일본의 한 광산 회사 연구원이 산둥의 광산 개발 합자 사업을 위해 지질 환경 조사를 나왔다가 중국의 군사시설을 촬영한 것으로 의심이 된다는 혐의를 받아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그들의 면을 세워주고 탈출한 것은 잘한 선택 같았다.

    여담으로 김정은의 담배 피우는 장면을 찍은 TBS의 카메라 스트링어는 베이징 공안국의 조사를 받느라 3월 1일 하루 종일 연락이 두절됐다. 2일 사무실에 출근했지만, 그는 경찰 조사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회사는 중국 전역에 배치한 특파원들을 철수시켰다. 그 과정에서 창사에 가있던 선양 특파원 후배도 공안에 붙들려 강제로 호텔을 옮겨야 했다.

    당분간 타지 취재는 주의를 더 기울이고 영혜와는 동행보다는 영혜를 믿고 별도로 움직여야 할 듯하다.

    핑샹 공안국 앞에서 택시를 타고 떠나오면서 우리를 마중하는 공안국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우리는 우리의 일을 했을 뿐이니 억하심정 같은 것은 남지 않았다.

    그리고 3.1절에 이런 고초를 겪어선지 정말로 그 엄정한 일제 치하에 더 엄혹한 환경에서 이런 일을 겪었을 순국선열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 졌다.

    우리가 아무리 이성적인 척 일본을 무작정 미워하지 말자고 외쳐봐야 그 당시 피 눈물을 흘렸을 독립투사에게는 욕지거리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그분들 덕분 아니겠나.

     물론 나는 일본 문화를 사랑하고, 그들의 꼼꼼함과 정갈함을 좋아한다.

     다만, 일본이 진정으로 사과를 하지 않는 이상, 최소한 독일만큼이라도 성의를 보이지 않는 이상 이 분야에서 만큼은 그들을 향한 미움을 거두긴 힘들 것 같다.

#취재현장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