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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01. 2018

출근길에 '우리회사 미생' 영혜를 떠올려 본다

#단상


<출근길 현지 직원 1진 영혜에 대한 단상>
 
    베이징은 차량 5부제를 실시하는 도시다. 서울 못잖게 교통지옥인 베이징의 엄격한 차량 관리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은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을 이용한다.
    디디를 이용하면 좋은 게 운전할 때보다 두 손이 자유로워 출근시간 30분간 누눈나나할 수 있다.
    오늘은 차 속에서 공항취재 담당 현지직원 1진인 영혜에 대해 생각해본다. 풀네임은 곽영혜, 중국이름은 궈잉후이.
    영혜가 우리 회사에 들어온 건 지난해 12월.
    사드보복으로 철수한 롯데에 다니다 실직한 친구였다. 영혜가 면접을 본 건 11월 중순인데 당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하기 전이라 아직 중국 내 한국에 대한 감정이 흉흉하던 때였다.
    이력서에 '롯데근무'라는 경력을 보고 우리가 잘못이라도 한 것마냥 마음이 짠했다.
    솔직히 움츠러든 어깨에 그늘진 인상인 영혜는 첫인상이 호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폭증하는 공항 취재 때문에 직원 채용을 더는 늦출 수도 없었다.
    산시(山西)성 출신 한족인 영혜는 꿈이 관광해설사다. 롯데나 우리회사나 모두 지나가는 일인 셈이다.
    하지만 영혜는 우려와 달리 정말 성실했고, 모든 행동에 간절함이 묻어날 정도로 일에 절실했다.
    우리 일은 주말, 휴일 근무가 일상이지만, 현지 직원들은 주말 근무를 정말 못 견뎌했다. 그런데 영혜는 금요일 저녁 늦게 잡히는 일정에도 토요일 출근을 거절한 적이 한번도 없다. 지금도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기자들이야 주말 근무가 이골이 났지만, 사회주의국가에서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특히 베이징사람들은 보통 외동에 양가에서 물려받을 집이 한, 두채는 있어 직장에 대한 아쉬움이 별로 없다.
    서울에 강남이 있다면, 베이징은 5환 이내가 모두 강남 집값 수준이니 그럴만도 하다.
    영혜는 내성적인 성격임에도 공항 일을 빠르게 배워갔다. 2진이 생긴 지금은 내가 없이도 막내를 데리고 공항을 올커버할 정도로 마스터 단계에 진입했다.
    특파원 사회에서 다들 어떻게 그런 직원을 뽑았느냐며 비법을 공유해달라고 성화다. 몇몇 외신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을 정도다.
    영혜가 그래도 우리 회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어려울 때 자신을 거둬줬다는 고마움 때문인 것 같다. (스벅 중독 때문인가)
    몇몇 선배와 주재원들은 내가 너무 현지 직원을 떠받드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사실 그럴 자격이 있는 친구다.
    곧 영혜가 근무한지 1년이 돼 간다. 연봉협상을 해야는데 인상률은 25-30%를 제시할 생각이다. 사실 더 주고 싶지만, 회사 승인이 안 날 거 같다.
    베이징시의  권장 임금 인상률은 5-15%니 하는 일에 비하면 많이 올려주는 것도 아니다.
    영혜야 우리회사에 오래오래 다니렴. 결혼식엔 꼭 부르고.
    나 없다고 춘데 VIP 전담하지 말고, 막내도 좀 시켜 버릇 나빠진다.

#단상 #영혜 #우리직원만세 #스벅비싼거먹어도돼 #살좀찌자마른족같으니라고

++한국 지방출신 서울살이나 중국 지방출신 베이징살이나 차이가 없고나. 옛날 생각 나네.
++나의 등을 맡겨도 되는 동료 영혜. 나는 1진 선배에게 그런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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