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셀린 샌드듄
얀챕 공원에서 다음 목적지인 랜셀린 샌드듄으로 향했다. 샌드듄은 말 그대로 모래로 만들어진 언덕이다. 도착해서 멀찌감치 주차를 했다. 잘못하면 차가 모래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 수 있다. 특히나 우리처럼 괴물 사이즈 캠퍼밴이라면 조심 또 조심 ~~
멀찌감치 가판대 트럭이 보였다. 우리는 걸어서 부킹 오피스라고 쓰여있는 트럭으로 향했다.
아주 큰 트럭인데 커피차처럼 바깥쪽에 오피스 형태로 창문이 달려있고 안쪽에는 안에 보드랑 쿼드바이크등이 실려있다. 이 차량 자체가 이동형 매장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매장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두 개 정도 운영되는 것 같았다. 액티비티 종류로는 샌드보드와 쿼드 바이크 코스가 있었다.
엄마와 난 아프리카에서 쿼드 바이크 타다가 굴렀던 경험도 있고 우선 나 외에는 셀프 운전이 불가능 TT. 그리고 아이들이랑 타고 싶었던 건 샌드 보드라 요것만 결제완료!!
샌드 보드는 하나 빌리는데 10달러로 두 개를 빌렸다. 우선 샌드 보드 자체가 무겁다. 스노보드보다 훨씬 무겁다. 샌드보드는 나무판으로 되어 있어서 샌드듄까지 들고 올라가는 거도 둘째 같은 아이들에겐 힘들 것 같다. 어차피 둘째 아이는 나랑 타야 할 것 같고, 엄마는 첫째랑 타야 할 것 같아서 4개까지는 필요가 없다.
빌리고 나면 이렇게 양초와 함께 샌드보드를 내준다.
그런데 확실히... 빌린 것은 상태가 안 좋긴 하다. 우선 초칠, 일명 왁싱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잘 안 밀린다.
특히나 오늘처럼 오전에 비가 와서 모래가 많이 젖어있는 상태라면 샌드보딩 날짜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샌드보딩 하기에 좋은 날은 아니었지만 우리 일정은 이날뿐이니 우선 도전!!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간편하고 모래가 묻어나지 않게 바지는 레깅스류로 착장했다! 아무래도 캠핑카에 모래가 수북히 쌓이는 경험이 싫다면....
TIP) 복장 꿀팁: 수영복 재질의 레깅스류를 입으면 확실히 모래가 달라붙지 않아요. 끝나고 툭툭 털어내면 끝!
엄마랑도 함께 사진~~ 구름 낀 하늘이 너무 아쉽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샌드위에서의 사진을 기대했지만 오전에 온 비로 인해서 모래도 젖어있어서 전반적으로 모래의 무게도 묵직했다. 엄마와 함께 갔었던 아프리카의 샌드듄이 떠올랐다. 너무 재미있게 쿼드 바이크도 타고 스릴을 만끽하다가 쿼드 바이크가 엄마위로 뒤집어져서 아주 큰 사고가 날뻔해어 식겁했던 그 사건 ㅎㅎㅎ 그래도 샌드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럼 출발해 보자!! 모래놀이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지겹지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은 신남 신남
이제 타보자!! 그러나 현실은 전혀 안 나가는 나무판때기 수준 안 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내가 손으로 밀고 나가는 느낌이다. 초칠을 해도 모래가 젖어 있어서 초가 모래를 머금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자세가 너무 웃기다. 아무리 해도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 사진에 그대로 담겼다. 억지로 끌고 가는 느낌으로 모래밭에 툭툭 파묻혔다.
경사가 있으니 내려가긴 하나 완전 스릴 있게 막 미끄럼틀처럼 내려가진 않았다. 사실 모든 샌드보드가 다 저렇게 안 나가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온 친구를 보니 우리 거보다는 훨씬 쌩쌩 내려가는 거다. 그 팀도 친정엄마와 엄마, 그리고 아이들과 가이드가 함께 오신 한국관광객이었다. 얼떨결에 인사를 하다 보니 자기네 샌드보드를 빌려주었다.
역시나 장비의 문제였다.아... 운동은 장비빨이 맞나 보다. 이 가족은 이곳에서 장비를 빌린 게 아니라 아예 퍼스에서 출발할 때 장비까지 포함해서 가족개별 패키지로 와서 가이드가 직접 가지고 다니는 장비를 가지고 왔다. 왁싱이 잘 되어 있으니 그렇게 젖은 모래에도 보드가 잘 나간거다. 아마도 날씨가 좋고 건조한 상태에서는 우리 보드판도 타고 내려갈 정도로는 작동했을 것 같은데 비에 젖어서 확연히 성능이 떨어진 것 같다.
그 가족이 애쓰는 우리 가족이 안쓰러웠던지 샌딩보드를 빌려줬고, 조금만 스피드가 나도 꽤나 재미있어져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정말 좋은 날이에 모래가 보송보송할 때 타야겠다. 금세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비구름과 함께 어두워지는 날씨에도 알차게 일정을 마무리했다. 오늘의 마지막 미션!! 숙소 가기만 남았다.
한 시간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확실히 자연에서 놀면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 같다. 아이들을 데리고 장기간 여행을 떠나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담이기도 하고 어떤 상황과 마주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도 있다. 특히나 여행지에서는 늘 계획을 넘어서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있다. 보호자이자 부모이니 늘 아이들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런 여행의 불확실성이 아이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는 확신은 있다.
나 역시도 여행을 통해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했다. 대학 때부터 다니기 시작한 배낭여행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몸으로 익히고 본능적인 감각들을 키운 것 같다.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도 되었고, 그렇다고 준비를 안 해서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거나 대안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결국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만큼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계획을 넘어서는 일에 있어서는 그저 상황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내 기대와 다르다고 좌절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
여행이 왜 여행이야? 안정적인 공간을 떠나서 그 불안정성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늘 새로운 일에 마주칠 때 그 상황보다는 그 일들이 일어났을 때의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비가 와서 눅눅해져 샌드보드를 못 탔다고 짜증내기 보다 그 상황을 즐길 줄 아는 것, 덕분에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되는 그 과정들이 나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이게 쉽지 않은 순간들이 있지만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서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배우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나와 너희의 성장을 함께 경험하는 것이 여행인 것 같다.
날씨로 기대만큼 못 놀아서 아쉽다는 아들에게 다음에 돌아오는 길에 여유가 되면 다시 오자고 약속하고 다음 여정을 떠나기 위해 모아나로 탑승했다. 우리가 선택한 오늘의 숙소는 바로 RAC 세르반데스 홀리데이 파크~~ 가는 길에 캥거루를 만나거나 너무 늦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