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운동은 장비빨이구나!

랜셀린 샌드듄


얀챕 공원에서 다음 목적지인 랜셀린 샌드듄으로 향했다. 샌드듄은 말 그대로 모래로 만들어진 언덕이다. 도착해서 멀찌감치 주차를 했다. 잘못하면 차가 모래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 수 있다. 특히나 우리처럼 괴물 사이즈 캠퍼밴이라면 조심 또 조심 ~~

멀찌감치 가판대 트럭이 보였다. 우리는 걸어서 부킹 오피스라고 쓰여있는 트럭으로 향했다.


20230808%EF%BC%BF162913.jpg?type=w773


아주 큰 트럭인데 커피차처럼 바깥쪽에 오피스 형태로 창문이 달려있고 안쪽에는 안에 보드랑 쿼드바이크등이 실려있다. 이 차량 자체가 이동형 매장이다.


20230808%EF%BC%BF153359.jpg?type=w773


우리가 갔을 때는 매장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두 개 정도 운영되는 것 같았다. 액티비티 종류로는 샌드보드와 쿼드 바이크 코스가 있었다.


20230808%EF%BC%BF153403.jpg?type=w773


엄마와 난 아프리카에서 쿼드 바이크 타다가 굴렀던 경험도 있고 우선 나 외에는 셀프 운전이 불가능 TT. 그리고 아이들이랑 타고 싶었던 건 샌드 보드라 요것만 결제완료!!


20230808%EF%BC%BF153609.jpg?type=w773



샌드 보드는 하나 빌리는데 10달러로 두 개를 빌렸다. 우선 샌드 보드 자체가 무겁다. 스노보드보다 훨씬 무겁다. 샌드보드는 나무판으로 되어 있어서 샌드듄까지 들고 올라가는 거도 둘째 같은 아이들에겐 힘들 것 같다. 어차피 둘째 아이는 나랑 타야 할 것 같고, 엄마는 첫째랑 타야 할 것 같아서 4개까지는 필요가 없다.

빌리고 나면 이렇게 양초와 함께 샌드보드를 내준다.


20230808%EF%BC%BF153658.jpg?type=w773


그런데 확실히... 빌린 것은 상태가 안 좋긴 하다. 우선 초칠, 일명 왁싱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잘 안 밀린다.

특히나 오늘처럼 오전에 비가 와서 모래가 많이 젖어있는 상태라면 샌드보딩 날짜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샌드보딩 하기에 좋은 날은 아니었지만 우리 일정은 이날뿐이니 우선 도전!!


20230808%EF%BC%BF153704.jpg?type=w773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간편하고 모래가 묻어나지 않게 바지는 레깅스류로 착장했다! 아무래도 캠핑카에 모래가 수북히 쌓이는 경험이 싫다면....

TIP) 복장 꿀팁: 수영복 재질의 레깅스류를 입으면 확실히 모래가 달라붙지 않아요. 끝나고 툭툭 털어내면 끝!


20230808%EF%BC%BF154109.jpg?type=w773


엄마랑도 함께 사진~~ 구름 낀 하늘이 너무 아쉽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샌드위에서의 사진을 기대했지만 오전에 온 비로 인해서 모래도 젖어있어서 전반적으로 모래의 무게도 묵직했다. 엄마와 함께 갔었던 아프리카의 샌드듄이 떠올랐다. 너무 재미있게 쿼드 바이크도 타고 스릴을 만끽하다가 쿼드 바이크가 엄마위로 뒤집어져서 아주 큰 사고가 날뻔해어 식겁했던 그 사건 ㅎㅎㅎ 그래도 샌드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름다웠다.


20230808%EF%BC%BF154111.jpg?type=w773


그럼 출발해 보자!! 모래놀이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지겹지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은 신남 신남


20230808%EF%BC%BF154600.jpg?type=w773


이제 타보자!! 그러나 현실은 전혀 안 나가는 나무판때기 수준 안 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내가 손으로 밀고 나가는 느낌이다. 초칠을 해도 모래가 젖어 있어서 초가 모래를 머금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20230808%EF%BC%BF155015.jpg?type=w773


자세가 너무 웃기다. 아무리 해도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 사진에 그대로 담겼다. 억지로 끌고 가는 느낌으로 모래밭에 툭툭 파묻혔다.


20230808%EF%BC%BF155520.jpg?type=w773


경사가 있으니 내려가긴 하나 완전 스릴 있게 막 미끄럼틀처럼 내려가진 않았다. 사실 모든 샌드보드가 다 저렇게 안 나가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온 친구를 보니 우리 거보다는 훨씬 쌩쌩 내려가는 거다. 그 팀도 친정엄마와 엄마, 그리고 아이들과 가이드가 함께 오신 한국관광객이었다. 얼떨결에 인사를 하다 보니 자기네 샌드보드를 빌려주었다.


SE-0eac128b-3c8c-11ee-b2e2-53380cfdd0ee.jpg?type=w773


역시나 장비의 문제였다.아... 운동은 장비빨이 맞나 보다. 이 가족은 이곳에서 장비를 빌린 게 아니라 아예 퍼스에서 출발할 때 장비까지 포함해서 가족개별 패키지로 와서 가이드가 직접 가지고 다니는 장비를 가지고 왔다. 왁싱이 잘 되어 있으니 그렇게 젖은 모래에도 보드가 잘 나간거다. 아마도 날씨가 좋고 건조한 상태에서는 우리 보드판도 타고 내려갈 정도로는 작동했을 것 같은데 비에 젖어서 확연히 성능이 떨어진 것 같다.


20230808%EF%BC%BF162019.jpg?type=w773


그 가족이 애쓰는 우리 가족이 안쓰러웠던지 샌딩보드를 빌려줬고, 조금만 스피드가 나도 꽤나 재미있어져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정말 좋은 날이에 모래가 보송보송할 때 타야겠다. 금세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비구름과 함께 어두워지는 날씨에도 알차게 일정을 마무리했다. 오늘의 마지막 미션!! 숙소 가기만 남았다.


20230808%EF%BC%BF163058.jpg?type=w773


한 시간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확실히 자연에서 놀면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 같다. 아이들을 데리고 장기간 여행을 떠나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담이기도 하고 어떤 상황과 마주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도 있다. 특히나 여행지에서는 늘 계획을 넘어서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있다. 보호자이자 부모이니 늘 아이들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런 여행의 불확실성이 아이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는 확신은 있다.


나 역시도 여행을 통해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했다. 대학 때부터 다니기 시작한 배낭여행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몸으로 익히고 본능적인 감각들을 키운 것 같다.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도 되었고, 그렇다고 준비를 안 해서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거나 대안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결국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만큼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계획을 넘어서는 일에 있어서는 그저 상황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내 기대와 다르다고 좌절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


여행이 왜 여행이야? 안정적인 공간을 떠나서 그 불안정성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늘 새로운 일에 마주칠 때 그 상황보다는 그 일들이 일어났을 때의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비가 와서 눅눅해져 샌드보드를 못 탔다고 짜증내기 보다 그 상황을 즐길 줄 아는 것, 덕분에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되는 그 과정들이 나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이게 쉽지 않은 순간들이 있지만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서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배우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나와 너희의 성장을 함께 경험하는 것이 여행인 것 같다.


날씨로 기대만큼 못 놀아서 아쉽다는 아들에게 다음에 돌아오는 길에 여유가 되면 다시 오자고 약속하고 다음 여정을 떠나기 위해 모아나로 탑승했다. 우리가 선택한 오늘의 숙소는 바로 RAC 세르반데스 홀리데이 파크~~ 가는 길에 캥거루를 만나거나 너무 늦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출발이다!



keyword
이전 09화얀챕에서 느낀 '느림의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