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의 처우에 대하여

# 나 다큐하고 있니

by 김은진

포털에서 방송작가를 검색하자 반가운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 발표 “작가와 방송사 상생 환경 만들어” - 경향신문 17.12.27 -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난 12월 26일 방송작가의 집필 표준계약서를 발표했다는 내용이었다. 집필 표준계약서에 포함된 내용은 방송작가의 원고료 지급과 부당계약 취소와 같은 정말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권리에 대해 나와 있었다.


기사를 보고 너무 반가웠고 기뻤다. 그러면서도 계약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말 이 내용대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에서 잘 시행이 되어야 할 텐데 싶었다. 기사에 나온 전국 언론 노동조합 방송작가 지부에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긴 하지만 중요한 건 현장에서 얼마나 잘 지켜지느냐"라고 입장을 밝혔다.


어찌 되었건 방송작가 처우에 관한 계약서가 생겼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비록 나는 방송작가를 그만둔 처지지만 이 표준계약서가 실제로도 작가들한테 힘이 많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국, 그리고 외주제작사에서 작가로 일하면서 부당한 처우를 겪고, 지켜보고, 들으며 떠오른 궁금증들이 있었다. 방송작가는 왜 프리랜서일까? 일반 회사원처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 안 되는 걸까?


방송작가의 처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외주제작사 아침방송 프로그램을 할 때였다. 당시 메인작가님은 시청률 꼴찌인 팀을 꾸역꾸역 이끌고 가던 사람이었다. 내가 합류했을 당시 좀처럼 오르지 않는 시청률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템이 펑크 나거나 서브작가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는 ‘좋은 메인 작가’였다.


하지만 외주제작사에서 만난 ‘좋은 메인작가’님은 몇 달 뒤 해고당했다. 아침방송 제작사 중에서 우리 팀이 시청률 꼴찌라는 이유였다. 시청률이 낮다면 아침방송 제작을 총책임지는 팀장이 있었음에도 왜 작가만 자르는지, 아니 정확히는 왜 작가를 자르는지가 의문이었다. 그렇게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해고된 작가들이 내가 일하는 1년 동안 메인작가를 포함한 2명이 더 있었다. 그것은 곧 그만큼 방송 제작함에 있어 작가의 역할이 더 중요함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당시엔 그렇다면 그렇게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작가를 의지하면서 왜 작가를 팀장으로 앉히지 않았는지도 의문이 들었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었다. 막내에서 10년을 고생해 메인 작가가 되어도 몸값은 오를지언정 언제 어떤 이유로든 부당하게 해고당할 수 있는 '을'의 처지는 변함이 없었다.


막내 작가나 FD의 경우는 더했다. 일을 못 한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해고를 당하는 경우를 부지기수로 봐왔다. 마치 사 온 물건이 불량품인 듯이, 잘못된 제품을 환불하듯 사람을 손쉽게 한 두 달 만에 교체하는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실은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람들과 잘 어우러지지 못해서, 나이가 많아서,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방송국 안에서는 사람을 해고하면서 ‘일 못 해서 잘랐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리고 일을 못해서 라는 이유로 사람을 해고했다고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순응했다.


주위에서 숱하게 벌어지는 해고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겨우 살아남았지만, 주변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상실감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막연하게 두려워졌다. 그렇게 하나둘씩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사라져 가고, 훗날 소중했던 동료들이 내 주변에 없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방송계에 남아있는 사람들 역시 더는 자신의 소중한 동료를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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