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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페지오 Jul 11. 2023

25년 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만나지는 않고 SNS로만 소식을 주고받던 중학교 동창이 하나 다. 친한 친구였는데 왜 연락이 드문드문해진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SNS 덕분에 친구의 근황은 간간이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녀가 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가상의 공간에서 서로 소식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만나서 예전처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녀와 언제 만났었는지 기억을 짜내보니 25년쯤 된 듯했다. 25년 만에 연락을 하려니 조금 망설여졌지만 페인을 과다 섭취해서 용기가 불끈 샘솟던 어느 날, 그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로 가면 한번 볼 있냐고'. 그리고 그녀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약속을 잡고 25년 만에 그녀를 다시 만났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엊그제 만난 친구처럼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유년 시절을 함께 한 친구라서 그런 것인지 SNS로 간간히 서로의 근황을 전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앞으론 자주 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감회에 젖었다. 25년 만에 불쑥 만나자고 했는데 바로 해 준 친구에게 너무 고마웠고 이전 같았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용기를 낸 나 자신도 기특했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우리가 유년 시절을 보낸 동네에서 여전히 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었다. 그녀가 가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SNS에 올릴 때마다 학창 시절에 집에서 보던 풍경이 기억나서 추억에 잠기곤 했는데 그녀를 만나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그녀의 직장에는 나와 이름이 똑같은 직원이 있다고 한다. 내 이름이 흔한 이름은 아니기에 그녀는 친구 이름과 똑같은 동료 이름을 부르면서 내 생각을 종종 했다고 한다.


나는 그녀의 SNS에서 추억 어린 풍경을 보면서 그녀를 그리워했고

그녀는 회사에서  이름과 똑같은 직원을 볼 때마다 나를 생각했다니 우리는 이렇게 다시 만날 운명이었던 것 같다.


가끔씩 친구 회사 근처로 점심을 먹으러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친구 회사 근처에는 맛집이 많다며 다음에는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해 오라고 했는데 너무 기대가 된다. 어린 시절 오늘 도시락 반찬이 무엇일상상하면서 느꼈던 설렘을 오랜만에 다시 느끼는 것 다.


나이 들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오랜 친구가 좋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많은 것을 공감하는 친구는 나이가 든 이후에는 찾기 힘들다. 한동안 연락이 끊겨 버렸지만 그녀와 문자도 주고받고 수다도 떠는 그런 관계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어린 시절, 우리가 뛰어놀던 들판에는 강아지 풀이 가득했다. 강아지 풀을 볼 때마다 그녀 생각이 는데 이젠 그녀가 보고 싶으면 전화를 할까 한다. 나이가 드니 안 하던 도 하게 되고 성격도 변한 것 같은데 그것이 싫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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