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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뭐 별건가요

꽂도 피고 새도 날고 나도 살지요

by 원임덕 시인

소대를 만드는데 55만 원 들었다

마음을 먹으니 일이 되었다

오전에 예고 없이, 쌓아놓은 나무 잘라주신다고 명화님이 남동생과 중국아재를 데리고 오셨다

소대 만들어주시는 분 점심을 해드릴 시간이 여의치 않아

간식으로 만두와 원두커피를 사다 드리고 오만 원을 봉투에 담아 입에 맞으시는 것 사드시라고 했다.

나무 자르는 분 들하고 같이 점심을 대접하려고 하니

소대 만드시는 분은 천천히 드신다고 하신다.


나무 자르는 일은 1시간도 안 걸려 끝났다

일손을 부탁한 일이면 하루 품삯을 드리는 것이 맞지만

자원해서 오셨으니

점심값을 넉넉하게 드리는 것이 경우에 맞다

명화님은 공양간을 치운다고 잔뜩 늘어놓았으니

거기 가서 공양을 준비한다는 것도 어수선하여

나무 자르신 분들에게 십만 원을 드렸다


나는 빈병도 뚜껑 있는 것은 버리지를 않고 두었다가 쓰는데

프라이팬 냄비 너무 많다고

멀쩡한 그릇도 잔뜩 싣고 가신다


나는 그냥 아무 말도 안 했다

오만 원이 남았는데

봉투에 담아, 바깥거사님 찬거리 사다 드리라고 운전석 옆에 놓았는데

바깥으로 휙 던지고

차문을 꼭 잠그고 휑하니 내려가신다.


인생이 뭐 별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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