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정말 이상한 선생님이에요!"
아이들이 저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아이들 눈에 무엇이 이상하게 보였을까요?
수업시간에 도착하면 두 눈을 반짝거리며 빌려갈 책을 고르는 친구도 있고 오자마자 있었던 일들을 나열하느라 입이 쉬지 않는 친구도 있어요. 그러가하면 수업할 주제에 대해 골몰히 들여다보는 아이들도 있답니다.
저는 칠판에 오늘의 주제와 더불어 사회에 이슈가 되는 기사들을 모아 둡니다. 솔직히 기사 내용으로도 대화를 통해 두 시간은 훌쩍 지나갈 텐데요.
수업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어느 정도는 사용하는 교재의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 주제의 이야기 꽃이 만개할 때면 책 덮고 머리를 맞대어 몰입하고 깊게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것이 아이들 눈에는 '이상한 선생님'으로 보였을까요?
이야기에 포~옥 빠져들어 서로의 의견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속이 뻥 뚫리듯이 후련한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배가 출출해져 선생님이 준비한 약간의 간식을 먹으며 헤죽헤죽 거리는 아이들이 참으로 예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면 다음에 주제 토론과 글쓰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뻔하게 반복되는 수업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질 때 아이들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 관심은 곧 내 글이 되고 '자신감'은 덤으로 생기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중간중간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져서 억지가 아닌 자연스럽게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질문의 꼬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실마리를 찾게 마련입니다. 이렇듯 기다려 주면 아이들은 싫어하던 것도 곧 잘하게 됩니다.
권. 장. 도. 서. 목. 록
읽으면 감사하죠. 제 아이가 권장도서목록을 전부 읽고 싶다고 한다면 도서관을 데려가든 약속을 빼든 해서 당장 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목록은 함정일 수 있어요. 목록 중에서 아이가 읽고 싶은 도서 몇 권만 사서 본다면 좋습니다. 다만 모두 다 읽히는 것은 책을 휴식처럼 읽는 것이 아니라, 끝내야 하는 또 다른 공부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의무적인 읽기가 어릴 때부터 학습되면 책을 더욱 멀리하게 되겠지요.
저희 공부방에서는 권장도서목록은 없지만 '신간 도서'와 친구들이 읽고 추천하는 책들은 있습니다. 대여해 갈 때는 아이들 자율성에 맡깁니다. 도서관처럼 책이 많지는 않지만 매월 신간도서는 비치해 둡니다. 만화책 빼고 흥미 있거나 감동이 있는 책들 위주로요.
독서토론수업이라고 해서 미리 읽어 오도록 하는 곳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억지로 읽거나 안 읽었는데 조금 읽었다 하면서 되려 거짓말을 하게 되기도 하지요. 수업 관련 주제는 함께 '낭독'을 합니다. 큰 목소리로 소리 내어 읽고, 듣는 사람은 눈으로 따라 읽어야 다음 차례의 아이가 이어받을 수 있게 됩니다. 시간은 조금 걸릴지라도 낭독을 통해 인내심을 배우고 더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독. 서. 기. 록. 장
책한 권 다 읽고 적는 독서 기록장은 아이들을 힘들게 합니다.
어떤 책의 한 챕터, 잡지나 신문, 내가 오늘 학교에서 배운 것 등 자유롭게 적습니다. 한 권이 채워지면 봉지 과자 하나씩 받아가려고 열심히 적습니다. 몇 줄 적었는지 확인하기보다는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지를 봅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글 옆에다 작은 메모글을 적거나 자신감 뿜뿜 도장으로 쾅! 찍어줍니다.
적어도 아이들 글만은.. 상처 내지 않고, 부담 없이 대하고 싶은 선생님의 작은 배려입니다.
'이상한 선생님'이라고 불려도 싫지 않은 별명.
꼰대 같은 뻔한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은 그린선생님은 오늘도 두 귀 쫑긋!
아이들의 말에 긴장하며 동시에 설렘으로 오늘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