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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민 Aug 31. 2024

이사를 가? 말어?

아이들 공간

 꿈꾸는 공부방 아니고 사랑방이라고 소심하게 홍보를 했지만 사실 저희 집은 전쟁터가 따로 없습니다.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둘째가 1학년때입니다. 지금 첫째는 호랑이도 무서워한다는 중1, 둘째는 공부방에 오는 모든 아이들에게 친화력을 보여 주는 초3입니다.


'나가서 해야 하나?'


 첫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엄마 난 괜찮아. 나가면 돈 많이 들잖아."

어리게만 보였던 녀석이 이런 말도 할 줄 안다니 기특하면서도 왠지 모를 아쉬움이란.


"아~ 쒸 진짜, 벌컥 문 열지 말라고 말 좀 해~!"

"오늘은 은비 안 보고 가면 안 돼?"

"나... 방금 씻고 나왔거든?"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토끼를 보겠다며 손소독하며 은비 간식을 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 

엄마와 중학생과의 신경전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평소 착한 언니로 소문은 자자한 딸이지만 그녀도 그날(생리)만큼은 눈빛이 이글거리며 어조가 점점 격해지기 마련입니다. 나는 방문 앞에서 힐끔 쳐다보며 그녀의 상태를 파악한 후, 안 되는 이유를 찾아야만 합니다. 이런 일들이 자주 있지는 않지만 집구석 공부방을 운영해 나가면서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도 우리 집 두 딸도 서로가 배워가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 이웃과의 교류가 현저히 적어진 요즘 시대 아이들은 사회관계가 상당 부분 축소 되었고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과의 만남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친구 만나러 학원 간다는 말도 생긴 것이지요. 부모들이 전적으로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시대에 토끼와 거북이 공부방도 하나의 작은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방에는 형형색색의 맛있는 간식과 남편이 만든 수제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사소한 부분에 목숨 거는 선생님은 쩝쩝거리며 먹는 아이들을 보면 즐겁고 힘이 납니다. 남편도 회사에서 일찍 돌아와 다 먹은 점심 도시락통을 조심스레 싱크대에 옮겨두고 자신의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갑니다. 아이스크림 만들어주는 아저씨라는 걸 아는 아이들은 굳이 인사를 하고 싶다며 눈빛을 마주칩니다. 아이들에게 무뚝뚝한 남편도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되니, 없던 매력도 퐁퐁 솟아납니다.

<(건물로) 이사를 가면 아이들 입장에서 아쉬운 것>

1. 은비와 보비를 볼 수 없다.

2. 수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다.

3. 원비가 올라간다.(부모님 입장에서)

4. 수업 끝나면 바로 하원해야 한다.

(원에 오는 아이들 대상으로 조사를 하였음)


 여러 가지 이유로 이사를 말해왔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알게 되었어요. 여러 가지 이유로 이사를 

안 가도 되는 이유만 찾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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