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민 Sep 14. 2024

텃밭 가꾸는 아이

책을 통해 소중한 경험으로 


 "요즘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숙제하고 나면 씻고 밥 먹고 자야 돼요~"

책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읽을 시간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럼 같이 읽자. 어른들도 독서모임 하는데 너희라고 못할 게 있겠니?"

그렇게 시끌벅적 초등 독서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식량이 고갈된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


첫 책으로 텃밭 가꾸는 아이가 선정되었습니다. 

먹을 것이 사라진 지구에서 모두가 굶주리고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끄러움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약탈은 기본이고 심지어 서로를 위협하게 된 사람들... 풍요로움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현실에서 언제까지고 아름다움만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왜 식량난이 올 수밖에 없는지 깊은 질문을 던져 봅니다.


식량 위기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체감을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어린아이들은 더욱 그렇고요. 곡물 값, 과일 값 등 오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우리 농산물이 생산되는 농업을 등한시하고 성장과 개발에만 주력했던 일들이 무서운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식량 위기가 닥치면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은 실제로 민서네 가족의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읽을수록 나의 이야기 같습니다. 아이들은 공감하며 책 속에 많은 질문의 흔적들을 남겨 둡니다. 이런 위기가 나에게 닥치면 나는?? 어찌하면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그리고 우리 음식의 귀중함을 알게 됩니다.


매일 읽기.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 대략 한 챕터만 읽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봅니다. 16 챕터가 있으면 16개의 질문이 모이겠죠?

"선생님 읽다 보니까 꽤 재미있네요."

"질문 만드는 것이 좋아요!!"

처음에는 하나의 질문만 만들던 아이들이 두 개 세 개도 만들어 봅니다.

"거 봐~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어~ 한 챕터씩 매일 읽고 질문 만드는데 10분도 안 걸리잖아~ 너희는 모든 책을 이렇게 꼼꼼히 읽을 수 있는 힘이 있다니까~~!! 대단해~~  완전 짱!!!"


열렬히 응원해 주고 돌아오는 시간에 책거리를 합니다. 맛있는 다과를 먹으며 책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이들도 할 말이 많습니다. 집에서 늘 하던 일상 이야기만 한다면 부모님이 쓰는 언어를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의외로 사회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들려주지 않아서 몰랐던 겁니다.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아이들 마음에 변화가 보였습니다. 조금 더 남을 배려하는 마음. 풀 한 포기도 어여삐 여기는 마음.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눈빛을 바라보는데 경이로움이 선생님 마음속에 구름처럼 피어납니다. 


"선생님 저 오늘 장사해요. 시간 되시면 나오세요~"

아차 싶어 첫째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갖다 주라고 부탁했습니다. 

"엄마, 혼자 장사하고 있던데... 뭔가 안쓰러워 보였어."

"벌써 왔어? 아이스크림만 주고 그냥 왔니? 옆에 좀 있어주지~"

이 친구가 무슨 장사를 하는가 궁금하기도 하고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에 얼른 달려 나갔습니다. 뜨거운 햇살이 놀이터를 달구는 날씨였지만 아이의 표정은 초록 풀잎처럼 싱그러웠습니다.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부끄럼 반, 후회 반 되는 듯한 표정입니다. 우두커니 앉아 있던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반가워하는 아이를 보니 제가 첫 손님이었나 봅니다. 


아무에게도 도움 받지 않고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만으로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어요. 어설프지만 스스로 키운 오밀조밀한 다육이와 진한 향내가 풍기는 바질 잎.

나름 공부도 되었는지 요목조목 설명 하는데 그렇게 대견하고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영아, 장사는 이렇게 하는 거야~" 하며 동네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식물 홍보에 나섰답니다. 직접 키운 건데 값도 저렴하니 한번 키워보라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꽤나 많이 팔렸답니다. 

저도 바질과 다육이를 구매했지요. 사장님 인심이 두둑하니 많이 챙겨 주셨네요.^^


책을 통해 배운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책을 읽고 공감을 넘어서 책 속에서 유영한다는 것, 마음속 무언가 꿈틀거릴 때 실현 시키고자 하는 두근거림이 귓가에 닿을 때.


작은 아이들에게서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별거 아니라고 누군가 말하겠지만 아무나 못하는 일을 그 아이는 해낸 것입니다.

호들갑스러운 선생님의 홍보 효과가 있었는지 아이들끼리 즐거워 보입니다. 시무룩했던 *영이 표정은 어엿한 사장님처럼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꼬마 사장님을 뒤로하여 돌아오는 길에 짜릿한 풀내음이 코를 자극합니다. 첫 장사를 경험한 아이의 먼 훗날을 상상하며 선생님의 입가에도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사를 가? 말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