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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민 Oct 18. 2024

마음 독서

읽고 싶은 마음



난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살아왔던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故 박완서




 쓰지 않았을 때 아무도 뭐라 그러지 않는데 스스로 죄책감이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박완서 선생님의 저 문장이 큰 위로가 됩니다. 습관을 들여 쓰지 않으면 어느샌가 글을 쓰지 않는 나를 두고 타협을 하거나 합리화를 해 버리는 나쁜 습관이 마음에 들어차 있습니다.


 가정에서 공부방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가족들과 끊임없이 조율 중입니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도 편안한 공간이어야 부담 없는 대화가 오고 갈 수 있지요. 이곳에 오는 친구들이 저에게 늘 듣는 잔소리가 있어요.


"자~ 오늘도 마음을 다해 읽어보자~"


"네~~~!!!"


 평소 책과 거리가 먼 아이들은 이곳에서 만큼은 자신만의 목소리로 우렁차고 즐겁게 낭독합니다. 묵독으로 읽으라고 하면 오히려 재미가 없다고 서로 낭독하려고 가위바위보를 외쳐대는 아이들...

 집에서 책을 읽을 환경이 아닌 아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수학 영어 숙제할 시간과 휴대폰으로 게임할 시간은 주어져도 왜 책 읽을 시간은 없는 것일까요? 아무리 시간이 나지 않더라도 초등까지는 부모님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합니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 중 매번 올 때마다 책을 빌려가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책에 전혀 손도대지 않는 아이들도 있어요. 부모님께서 원하셔서 매주 두세 권씩 가방에 넣어 달라고는 하지만 본인이 책을 고르지 않으면 억지 독서가 됩니다. 토론 공부방에서 책을 의무적으로 빌려가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아이가 원하면 독서 취향에 맞게 추천해 줍니다. 하지만 여기는 도서관은 아니기에  입맛에 꼭 맞는 책을 찾기란 한계가 있지요.


 책을 스스로 선택해서 읽은 친구는 시키지 않아도 독서 기록을 잘해옵니다. 자신이 그날 읽은 책이나 집에서 읽은 책 또는 학교에서 빌려온 책 등으로요. 독서 기록이 좋아서 하기도 하지만 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면 나만의 일기장처럼 훗날 도움이 되고 추억거리가 될 거라는 저의 말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지요.


읽기 싫은데 부모님께서 요구하셔서 억지로 책을 가져간 아이는 저를 보며 말합니다.


"이 책 가져가도 어차피 읽지 않을 건데요?"

"잠자기 전 15분이라도 읽으려고 노력하는 건 어때?"

(사실 저는 이런 말, 저희 애들에게도 안 합니다...ㅠ 독서는 자유여야 하니까요.)

"쌤, 공부하는 것보다 책 읽는 게 차라리 나은데 책 보고 있으면 엄마가 공부하라고 해요."

"독서는 남는 시간에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하는 거야."

"근데요. 선생님. 읽은 것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집에 책 읽는 사람도 없고 

어쩌다가 읽고 엄마 아빠한테 말하면 바쁘다고 그만 말하라고 해요..."


 독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과 주로 나누는 대화중 일부분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찌 보면 독서가 좋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당연히 읽어야 하지만 시간을 내서 읽기에는 온갖 핑곗거리들로 밀려나지요.


 독서는 참 뻔해요. 읽으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성숙된 자아를 위해, 어른들은 보다 질적인 삶을 위해,

그러려면 내 마음이 먼저 다가가야 하고 내 마음이 끌리는 책을 잡으면 되는 겁니다. 꾸준히 조금씩만 읽고 나의 생각 한 꼭지 들을 책 속 챕터마다 남겨 둡니다. 그렇게 읽는 재미를 알아가면 되는데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자꾸 미뤄지게 됩니다.

 아이들이 마음으로 읽을라치면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독서 맛'이 사라지게 합니다. 책도 하나의 공부라고 생각해 버리는 순간 책을 멀리할 수밖에요.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읽고 싶은 책을 손에 쥐여 주는 것입니다. 어쩌면 공부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가정에서의 독서 문화라고 저는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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