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부방에는 보들한 털을 가진 귀여운 은비(토끼)와 무심한 표정으로 물 속에선 재빠른 보비(거북이)가 함께 살고 있다. 우연하게도 가족이 되어 공부방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선생님 수업 끝나고 은비 좀 보고 갈게요~"
"풀 좀 주세요~ 사과칩은요?"
"보비 밥 얼마나 주면 돼요?"
정해진 수업이 끝나면 어김없이 동물 구경에 나서는 아이들. 덩달아 생태학습도 된다며 고학년 아이들이 더 즐거워한다. 은비나 보비가 아프면 함께 아파해 주고 작은 변화에도 마음을 내어준다. 토론하고 글쓰기 수업을 싫어하던 아이도 처음에는 동물을 보기 위해 온다. 그러다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 마음을 나누다 보면 굳이 은비와 보비를 보지 않고도 씩씩하게 수업을 듣고 뒤돌아보지 않고 공부방을 나선다.
마음을 먼저 여는 것, 그것이 첫 단추 역할을 한다면 아이들에겐 즐거움이 먼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곳은 안전한 곳이야. 토론하기 위해서 무조건 말하기를 시키고,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억지로 쥐어 짜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도 있고 유익함이 있는 공간이라면 말은 저절로 나올 것이며 글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오늘의 수업 주제는 건강이다. 요즘에는 어린이도 당뇨, 고혈압, 갑상선에 비만까지 더해서 우울증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관련 책을 돌아가며 낭독하면서 기사거리를 찾아본다. 자신도 그런 아픈 경험이 있다며 스스로의 아픈 상처를 끄집어내는 희도(가명)의 눈이 참 맑다. 희도가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저는 아빠가 당뇨가 있으셔서 매일 약을 먹어야 한대요." "저희 할머니가 고혈압인데 병원에 자주 가요." 하면서 아픔을 공유한다. 아직 어리지만 누군가 아프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고 서로 드러내어 나누는 문화가 필요하다. 사랑방 아이들은 말하기의 즐거움, 어떤 말도 정답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그 맛(?)을 알고 있다.
수업이 끝났다. 접혀있던 근육을 풀기 위해 너도나도 기지개를 켠다. 1시간~2시간 한 곳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토론하고 글 쓰는 아이들이 늘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선생님 토끼는 뭐 먹어요?"
나는 매일마다 은비에게 신선한 풀을 제공하지만 아이들은 갖가지 풀과 열매, 풀뿌리를 보고 신기해한다. 궁금해하는 녀석이 있을 때마다 와구와구 꺼내 와서 갑자기 채소가게 아줌마가 된다.
"요거는 은비가 제일 좋아하는 거 아카시아 줄기와 꽃 말린 거야. 토끼도 너희처럼 달달한 거 좋아해. 매일 주진 않아. 맛있는 것만 먹으면 꼭 먹어야 하는 풀을 안 먹거든. 너희랑 똑같지?"
"꼭 먹어야 하는 풀은 뭐예요? 그거 안 먹으면 어떻게 돼요?"
나는 건초들을 보여주며 생후 6개월까지 먹는 알팔파와 그 이후 먹는 티모시와 연맥을 설명했다. 개에게 개껌이 있다면 토끼에게는 사탕수수와 민들레 뿌리가 있다며 말해주니 아이들 눈이 연신 즐겁다. 은비는 그런 아이들에게 익숙한 토끼다. 뽀시락~ 소리가 나면 언니 오빠들 품으로 폴짝폴짝 뛰어 온다. 아이들은 은비를 보며 또 한 번의 사랑을 내어준다. 보는내내 쓰다듬고 만지며.. 마지막은..
"아악~ 선생님 온몸에 털이예요~!!"
그러니까 먹이만 주고 오라니까... 매번 말해도 부드러운 털은 포기 못하겠지.
은비는 위험하지 않다 판단되면 사교성이 있고 적응력이 빠르다. 의외로 청결하여 화장실 배치만 잘해주면 배변도 잘 가린다. 독립성이 있어서 산책을 시키지 않고 집에 혼자 두어도 큰 스트레스가 없다. 평소 먹고 자는 모습을 주로 보이지만 맛있는 간식 앞에선 굉장히 빨라진다.
보비는 물만 제때 갈아주고 먹이는 하루 한 번만 주면 큰 무리 없이 잘 큰다. 손이 별로 가지 않아 고마운 친구다. 놀아 달라고 낑낑거리지 않고 잘만 키우면 주인보다 오래 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