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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민 Nov 08. 2023

이 시국에 공부방이라고?

토론 공부방 탄생기

이 시국에 공부방이라고?


코로나가 창궐하던 2020 가을,

무언가 불쑥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그것은 여러 가지로 복잡한 감정이기도 했는데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들이 저의 위기로 들려왔어요.   상황은 어려웠지만 뭐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주변을 돌아보았어요. 학교를 가야 하는 저희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그저 멍하니, 아이들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온라인 강의 앞에서 막연함으로 무기력해진 아이를 보았습니다. 몇 달간은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이 크게 자리 잡았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말하듯 작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러분, 10%만 준비되면 시작하는 겁니다. 완벽한 때를 기다리면 늦어요.

나머지는 몸으로 부딪히며 채워 가면 됩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뭘 해야 행복감을 느끼지? 그렇다면 어떤 것을 누구와 나눌 수 있는 걸까?” 그 생각만 몇 달은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것이 참 많았고 도전하고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더불어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나 무언가 새로 시작할 때, 책을 찾아보곤 했지요. 그때마다 책은 옳은 방향으로 저를 이끌어 주었고 작은 희망들이 생겨났어요. 그렇게 책을 통해서 나를 알아가고 주변 사람들도 알아가는 멋진 경험을 쌓는 일들이 “아이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답니다.


 꽂히면 또 바로 하는 성격이라 작은 카드뉴스를 만들었습니다. 큰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용기 내어 메시지를 보낸 것도 그때입니다. 보내고 나선 눈을 감아버렸지요. 부끄럽기도 했고 어떤 반응이 올까. 조마조마하면서요. 세 아이의 어머니께 보냈는데 모두 등록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감사합니다.”를 스스로 얼마나 외쳤는지 몰라요. 기분 좋은 김에 석 달은 무료!!      


 20명만 받자. 집에서 많은 인원을 감당할 자신도 없었고 토론과 글쓰기를 정말 원하는 친구들만 만나자. 지금까지 변함없는 저만의 비법이라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이 이야기는 돈을 엄청 많이 버는 공부방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값진 시간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습니다.


 처음 모집광고를 했던 날을 기억합니다. 화려한 모집광고들 틈에 껴있는 작은 종이는 평범했지만 저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나답게 하고 싶었답니다. 화려한 것은 어딘지 모르게 저와는 어울리지 않았고 거창하고 현란한 글로 학부모님들을 속이기는 싫었습니다. 저는 입시와는 상관없는 공부방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교육상담을 오시는 부모님께서도 저와 생각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작은 토론 공부방은 4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저처럼 오랜 시간 전업주부로 살았거나 공부방 창업을 희망하시는 단 한분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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