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끕 취향

내가 쓴 시

by 랑랑

양말에서 후두두 모래가 떨어진다
신발 속에도 방바닥에도 빨래건조기에도
모래가 한가득이다

어느 날 가방이 뒤집혔다
떨어진 자음과 모음은
모래 숫자만큼 자가증식했다

지걱지걱 지걱지걱
모래와 가나다라마바사가 밟힌다

모래는 볕아래 반짝이고
가나다라마바사는 아름답고
누군가는 씨름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다


모래에게 가망이 있는가
모래에게 앞날이 있는가
모래가 징글징글하게 많은 날
소년은 등을 낮추고 팽팽하게 샅바를 잡았고
12각 대형 안 둥근 모래밭에서
넘기기 보다 넘겨지는 일이 더 많았다

모래는 등에도 머리에도 두피에도 묻어있었다

모래밭이 소년의 눈물을 재물 삼았음을 알고도

모래에게 따져 물을 수 없었다

징글징글한 모래를 밟고
가나다라마바사로 환유의 여정을 떠난다


모래는 발바닥을 차갑게 감싸고

가나다라마바사는 도처에 널려있고

누군가는 시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다

가나다라마바사에게 가망이 있는가
가나다라마바사에게 앞날이 있는가
가나다라마바사를 넘치게 쓰고

풀리기보다 풀리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퇴고할수록 가나다라마바사는 홀쭉해졌고

버려진 가나다라마바사에 미련이 남아서 어쩔 줄 몰랐다
쓰는 이는 곁을 내어달라 사정했으나

가나다라마바사는 그저 바라본다


어쩌다 씨끕 신이 손 흔들어 주는 날

기어이 희망회로를 돌리고 돌려서
소년은 모래를 피부에 붙여오고
쓰는 이는 가나다라마바사를 쓰고 쓰고 쓰-고
앞이 보이지 않아도
지걱지걱 지걱지걱 밟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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