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등 뒤는 지글지글 끓는데 코 위에 차가운 공기가 내려앉고 암막 블라인드 사이로 가로등 불빛을 통과한 눈송이가 벽지에 그림자를 만들었어
틈으로 뿌려지는 눈을 셀 수 있을 거라고 숫자를 세다가 시작점을 잃고 숫자를 잃고 눈커플은 디지털시계의 초침처럼 의미 없이 껌뻑였고
엄마는 잠이 안오냐 물어놓고
이차함수와 투부정사를 길에서 만나 일인용 터널을 지나온 얘기로 자문자답하고
나는 깨워서 미안하다며
그거 지금 칠순이란 단어에 힘을 실어 치졸한 질투와 냉소의 파편으로 할퀴고는
애써 가벼운 희망의 말을 줄 세웠지
틈으로 눈 그림자는 쏟아지고 천장은 표정이 없고 엄마는 옷을 챙겨 입었어
어딜 가나 물어보려 했는데
눈은 소리를 먹어버렸지
블라인드를 걷어 밖을 보니 세상은 온통 하얗고
발자국은 눈을 삼키고 있는데 눈도 발자국을 삼키고 있어서
시작점은 숨은그림찾기가 되어버렸어
해가 뜨고 푹 해지면 눈은 자연사하고
발자국은 오간데 없을꺼라고 생각하니
처참하게 아름다워서
한참을 바라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