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

내가 쓴 시

by 랑랑

문을 연다


들어가기보다 공기가 먼저 몸에 붙는다


머리가 있는 것들 위로 먼지가 있다 공평해서 더 불쾌한 먼지


한 발 뒤로 물러나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무엇하나 들이지 않겠다 다짐한다


방 안의 것들은 말이 없다 손 내밀지 않는다 말 걸지 않는다 밖의 것이 작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뿌연 필터가 덮인 공기가 찐득해진다 바닥은 쩍쩍 달라붙고 둔탁해진 것들이 어둠을 품고 있다 간간히 선명하고 매끈한 표면이 시야에 걸린다


엉덩이 붙일 곳이 없다


숨이 찬다 참은 숨이 안쪽에서 눌린다


허락지 않은 것들이 코를 통해 폐를 찾는다


눅눅하고 찌린 향이 난다


다급하게 모든 문을 연다


바람이 뿌연 것들을 밀고 들어와서 반대편으로 나간다


들어왔지만 마땅한 말은 남기지 못한 채


방은 그대로다


밖의 것은 바람이 들어오는 길에 서서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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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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