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숫돌이 없어서
식칼 두 개를 어슷하게 세워
위아래로 가위표를 그리며
날을 간다
손이 얼 때마다
동사의 처절함에서 벋어나고 싶다
글을 못쓰고
뛰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해도
처절한 자연사를 다짐한다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의문형을 담은 내 시선에
너의 표정 대답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구나
인내하거나
잊어준다거나
용서한다거나
어쨌든 소화해 내어야* 한다는 한강작가의 글은
성경구절이 되어버렸다
엄마는 나를 앉혀두고 이런 말을 했었지
큰 집 식구들의 가장 큰 뒷배는 하나님이라고
그날부터
엄마를 나의 하나님으로 만들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게 할게요
어머니 하나님 슬퍼하지 마세요
두 개의 스테인리스강이 만나서 내는 소리는
끽끽끽
날이 바짝 서 벨 듯
끽끽끽
우린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영원히라는 말이 가능하다면 지금 쓰고 싶어
거짓말을 잘 못하는 사람도
동공이 흔들리고
말에 힘이 없어도
거짓을 입으로 뱉어내야 할 때가 있어
어젠 거짓으로 시를 쓰라 배웠는데*
보고 듣고 말하고 했던 모든 것들을
탈탈 털어 시를 쓴다
널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거야
원망과 미움은 누구에게나 향하고
헤어짐 또한 어디에나 있으니까
네 집 칼은 소도 잡겠다고
이 칼로 대체 뭘 하냐고 투덜거리는 엄마한테
애들 밥 해 먹이지라고 대답했어
생략은 있어도 거짓은 없으니까
인내하거나 잊어준다거나 용서한다거나 어쨌든 소화해 내어야* 한강 [그대의 차가운 손]
거짓말로 시 쓰기* 김석영 시인 [유성구도서관 시 쓰기 프로그램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