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비용 부담은 누구에게?
우리가 이사한 집은 24평 구축 아파트였다. 방 3개, 화장실 1개 복도식 아파트였다. 90년대 중반 지어진 아파트로 왜 이런 구조로 굳이 만들었을까 싶은? 그런 집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새로운 집이 마음에 들었다. 기본 도배, 장판, 몰딩만 되어 있는 집이었지만 남서향이라 해가 길게 들어오는 것도 좋았고, 여름에 방충망을 치고 현관문을 열어놓으면 들리는 풀벌레 소리, 산을 끼고 있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마치 수목원을 내 집 앞에서 누리는 점도 좋았다. 그리고 안쪽에 있어 약간 프라이빗한 점도 플러스였다. 또 다른 동과 다르게 전용 개별 주차장이 있는 점도 나름 메리트였다. 그런데 문제는 집이 20년이 넘어가다보니 잔고장이 많았다. 결국 노후도로 인한 보수 부분이었다고나 할까.
<첫번째 수리> 입주하자마자 물새는 싱크대를 목격하다
정수기 설치기사가 알려줘서 발견할 수 있었다. 싱크대 물을 트니 물이 새는 게 보였고, 이게 밑에 집으로 내려가면 누수가 될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부동산 소장님이 이 점을 집주인에게 피력했고 기분좋게 집주인이 고쳐주었다.
<두번째 수리> 방충망 이탈 및 방충망 구멍
5층이었는데 저층에다가 문을 열면 산과 나무가 많아 여름마다 파브르 곤충기를 찍고는 했다.
여름날 방충망을 열려고 하는데 샷시가 부드럽게 열리지 않고 뻣뻣했다.
창문을 열다가 그대로 방충망 이탈 수리기사를 불러서 다시 원래대로 끼워놨으나 그럼에도 뻣뻣.
그 이후 다시는 방충망을 열지 않았다. 심지어 방충망이 2개가 아니라 1개만 있었다는 것도 그때서야 처음 알았다. 그러다 4번째 여름이 됐고 이사가기 1년 전, 방충망을 해놓고 창문을 열고 싶었던 나는 내돈내산으로 방충망을 달았다. 가격은 10~13만원 정도 였던 걸로 기억한다.
<세번째 수리>
현관문이 잘 안닫힘. 문 경첩이 주저앉아 있음.
아파트가 20년이 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남편은 집주인에게 고쳐달라고 말을 했고, 처음에는 우리한테 고치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니 결국 집주인이 부담했다. 다행스럽게도 문 전체를 갈지 않고 베어링만 교체하는 걸로 마무리됐다.
<네번째 수리> 싱크대 배수구 역류
처음 이사오고 나서 요리를 잘 해먹지 않았다. 이유는 기존 살던 집보다 싱크대가 훨씬 좁았다.
그래서 약간 요리할 맛이 나지 않았다고나 할까? 물론 핑계이기도 하지만 정말.. 조리공간이 반 정도는 줄어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싱크대 배수구가 잘 내려가지 않았다. 뜨거운 물을 부어도 소용없어서 결국 아파트 단지내 철물점 사장님에게 연락했다. 사장님왈 콜라나 고기, 라면먹고 기름등이 싱크대 배수구에 붙어있어서 그런다면서 장비를 가지고 와서 녹여주셨다. 이건 좀 비쌌다. 이건 관리 문제인 것 같아서 우리가 부담. 15만원 정도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섯번째 수리> 욕실 배수구 역류
화장실은 UBR(세면대, 변기, 욕조가 일체형인 구조)이었다. 어느날 부턴가 샤워하고 나서 물이 빠지지 않고 한강이 되었다. 머리카락을 다 뺐는데도 그래서 철물점 사장님 연락함.알고보니 입주하고 나서 한번도 배관을 청소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했다. 머리카락과 온갖 이물질 제거후 잘 내려가게 되었다. UBR이다 보니 생긴 일. 이것도 우리가 부담. 10만원 미만 들었다.
< 여섯번째 수리>
화장실 변기 물이 안차고 샘
화장실 자체는 입주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번도 수리하지 않았던 듯했다. 어느 날 화장실 물을 내리는데 내려는 가나 물이 차지 않았다. 남편이 해보더니 안되서 철물점 사장님 소환. 화장실이 노후되어 부품이 손상되었다고 했다. 그 부품을 갈아주니 잘 내려감. 이것도 우리가 부담. 6~7만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올수리가 되어 있지 않은 집은 이런 점에서 자잘하게 수리할 게 많다. 워낙 오래된 구축 아파트였던지라 노후도로 인한 수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집에 살면서 주거비용을 낮출 수 있었고 청약에 당첨되어 내집마련을 하는 등 우리에게는 감사한 집이었다. 수리하는데 있어 어디까지 집주인이 수리하고 어디까지 세입자가 수리해야 하는지 늘 고민했다. 실제로 많은 분들도 그럴 것 같아서 정리해보았다. 세입자가 살면서 일어나는 자잘한 수리는 세입자가 가스 전기 수도나 큰 것들은 대체로 집주인이 부담한다. 우리는 세입자이면서도 집주인이기도 했다.
어느 한 쪽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는 서로 배려하고 조율하면서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키며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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