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전용 텔레파시 이어폰

사랑할 때 쏘아야 할, 쏘지 않아야 할 전파

by 이지완
제품 소개


오늘은 커플 전용 텔레파시 이어폰을 소개합니다. 말 그대로 짝꿍끼리 통신할 수 있도록 돕는 기기입니다. 텔레파시인데 무슨 기기가 필요하냐고 묻고 싶으시죠? 당연히 필요합니다. 사랑하는데 말이 무슨 소용이냐고 누가 우긴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실래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게 모든 커플의 염원입니다. 이 제품에 저희가 사랑의 큐피드라는 별명을 붙인 이유입니다. 이걸 사세요. 쓰세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관계가 돈독해질 겁니다.


제품 구성은 시중의 블루투스 이어폰과 같아요. 한 개씩 서로 나누어 낀다는 것만 다릅니다. 사용법은 이렇습니다.

귀에 이어폰을 착용하고 시작 버튼을 누릅니다.

상대를 떠올리고 메시지를 머릿속에 생각합니다.

송신 버튼을 누릅니다.

상대가 이어폰을 끼고 있다면 즉시, 아니라면 착용하는 순간 메시지가 음성 변환되어 들립니다.

구매 직후 커플링을 해야 합니다. 이별 후에는 디커플링을 해야 다른 상대와 다시 사용할 수 있어요. 버리고 새 제품을 사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희가 돈을 더 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전 연인과 쓰던 제품을 쓰는 건 좀 께름칙하지요?


텔레파시는 초자연현상인가


우리는 물리적인 현상을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영어시간에는 Seeing is believing, 보는 게 믿는 거다라고 배웠죠. 안 보이면 믿을 이유가 없다는 합리주의, 과학주의입니다. 이런 시대에 웬 뚱딴지같은 텔레파시냐고요? 유리 갤라가 전 국민을 티브이 앞에 불러 모아 숟가락 구부리는 사기 같다고요?


의심하기 전에 텔레파시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시죠.

Tele + pathy =telepathy

tele는 멀다는 뜻이고 pathy는 감정을 의미합니다. 공감하다는 뜻의 sympathy나 empathy와 같은 접미사죠. 그러니까 텔레파시는 멀리서 감정을 느끼는 일입니다.


자, 여기 연애를 시작한 지 일주일 째인 A와 B가 있습니다. A는 깨 있는 시간의 30% 동안 B를 생각합니다. B는 A를 더 좋아해서 50%를 떠올립니다. 확률적으로 둘은 적어도 15%인 하루 2시간 15분(수면 9시간 제외) 동안 똑같이 상대를 떠올립니다. 텔레파시가 이뤄지지 않을 수 없는 상태죠.


텔레폰(음성)이나 비전(영상)은 감각에 기초하지만 텔레파시는 그걸 넘어섭니다. 그래서 신비한 현상이라고 여겨지는데 실제로는 A, B의 사례처럼 아주 단순하죠. 저쪽이 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압니다.

우리가 텔레파시를 초자연적인 거라 오해하는 이유는 마치 그것이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A가 치킨을 떠올리면 B가 포장해 온다는 식으로 말이죠. 다시 말하지만 그건 파시가 아닙니다. 메시지죠. 텔레파시는 멀리서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사랑이 유발하는 감정


떨어져 있고 전화나 톡을 안 하는 A와 B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의 내용을 들여다봅시다. 더 빤해요. 보고 싶다는 그리움, 내 생각하고 있나 궁금증, 왜 톡을 안 하지 불안함, 딴 사람을 만나나 초조함, 나만 생각하고 있나 억울함, 내가 뭐 잘못했나 죄책감, 만나면 뭘 하지 설렘 등.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사랑은 상대에 대한 내 감정을 사랑하는 거라고 말합니다. 상대 자체가 아니라요. 그러니 상대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차리는 건 아주 쉬운 일이죠.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감정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오거든요. 거울과 같은 것입니다.


이 큐피드의 화살 제품에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큐피드의 화살은 총 2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황금으로 만든 것으로, 화살에 맞는 사람은 누구든 사랑에 빠져버리게 만들고, 나머지 하나는 철로 만든 것으로, 맞은 사람으로 하여금 혐오의 감정에 빠지게 합니다. 멀리서 읽은 연인의 감정이 어떤 것일지는 모를 일이죠.


결핍이 사랑을 만들지만 결핍에 머무르는 사랑은 곧 끝난다


지난 시간에도 소개한 것 같은데 보고 싶다는 영어로 I miss you, 불어로 Je te manque입니다. 잃다는 뜻이죠. 없는 겁니다. 내가 부족함 없이 완벽하다면 사랑이 싹트지 않습니다. 내게 없는 어떤 매력을 상대에게서 발견하는 순간, 사랑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 상태에 머무르기만 하면 곧 파국이 옵니다. 내가 느끼는 나의 결핍이 집착이나 질투를 부릅니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처럼 커지는 그리움이 짜증을 야기합니다. 본전생각도 나죠. 나만 너무 매달리나 싶고 의연한(해 보이는) 상대는 왠지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의기투합했는데 한 공동투자자는 상대가 왜 자금을 나만큼 안 대냐서운해하고, 다른 투자자는 네가 더 냈지, 내가 덜 낸 건 아니라며 짜증을 냅니다.


그래서 자기 결핍이 큰 사람과는 사랑하지 마세요. 아, 연애상담을 하려는 게 아니었는데.. 아무튼 커플 전용 텔레파시 이어폰 소개를 마칩니다. 주문은 댓글로.. 다음 발명품 스마트 독심讀心 앱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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