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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Oct 16. 2019

‘덕.계.못’ 도장 깨기

경험의 취향 #3. 뿌셔뿌셔 덕계못 깨져라!



 세상 모든 덕후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한마디가 있다. 바로, ‘덕계못’이다. 이른바, ‘덕후는 계를 못탄다.’의 줄임말이다. 나도 영영 덕계못으로 남겨질 줄 알았다. 포기하지 않으면 이뤄진다던가? 얼마 전 이 비운을 깰 절호의 찬스가 생겼다.


이승환 '나는 다 너야' 뮤비속 멈뭄미 넘치는 모습

 

나의 덕질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으로, 현재는 배우 ‘박정민’을 좋아한다. 아이돌 덕질은 어느 정도 자신있는데, 배우는 만날 기회 자체가 흔치 않다.

 드라마나 영화 공백기가 불규칙하고, 촬영장은 비공개다 보니 접근이 불가능하다. 혹시나 팬 카페 운영진이라면 팬들을 대표해서 밥차 같은 조공을 가지고 가볼 수 있겠지만, 나는 비루한 일개 회원일 뿐이다.



 덕질 카스트제도에서 정민 배우님이 브라만 계급이라면, 나는 불가촉천민까지는 아니어도 수드라쯤에 위치한다. 어쨌거나 그를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수드라 계급의 덕후들은 체념한 채 안방순이에 머무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자들은 영화개봉 무대 인사 혹은 관객과의 대화, 광고기념 사인회, 팬 카페 주최의 팬 미팅을 호시탐탐 노려보기도 한다.


 나 또한 포기를 모르는 빠순이로 주기적으로 직접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 다만 요 몇 년간 나의 인생을 돌보느라 현장 덕질을 못했다. 안방덕질만 하다 보니 몸과 통장은 편안했지만 좀이 쑤셨다.  


 얼마 전 ‘한 때 날 기억해줬던 배우님이지만 이제는 다 까먹었겠지.’ 라는 마음으로 별생각 없이 SNS 검색 창에 ‘박정민’을 쳐봤다. 멍하게 스크롤을 내리는데, 사인회라는 세 글자가 눈에 띄었다. 배우님의『쓸만한 인간, 2016, 박정민』의 개정증보판 출시 기념 사인회가 열리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인터넷 서점에서 예약공지 뜨자마자 샀는데... 사인회라니!’


 급한 마음에 날짜부터 확인했다. 그런데 하필 돌아오는 토요일이었다. 그날은 이 글이 담길 책의 1차 퇴고 마감일이었다.




 ‘역시 나는 덕계못인걸까?’

스마트폰 화면과 달력을 번갈아보며 수없이 확인했지만, 바뀌지는 않았다. 날짜도 문제지만, 사인회에 가려면 아침 9시 30분부터 배부하는 선착순 번호표를 받아야했다. 100명 한정이라 늦어도 첫차는 타야 한다. 퇴고를 생각하면 당연히 가지 말아야 하는데, 정말 가고 싶었다. ‘왜 하필 토요일인거야?!’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풀 죽은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남자친구는 제법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시에나, 내가 배우님 사인회 줄 서줄까?”


“정말?!!! 아니야. 괜찮아. 응... 아니야. 아니다! 염치없지만 부탁할게. 나 너무 가고싶어!”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아웃사이더의 랩처럼 오락가락 하는 대답이 가관이었다. 다음은 과연 무사히 계를 탈것인가? 타지 못할 것 인가? 의 문제였다.






 덕계못 도장깨기가 실현될지도 모르는 순간, 나의 또다른 오랜 로망이 실현됐다. 빠순이로써 나에게는 몇 가지 로망이 있었는데, 이 중 ‘최애와 연애하기’ 만큼이나 실현 불가능한 로망은 바로 ‘남자친구가 나 대신해 줄 서주기’였다. 이 로망이 이뤄지다니! 정말 세상 오래살고 볼일이다.



 모름지기 덕질을 잘한다는 건 잘 기다린다는 말이다. 덕질의 대상이 다음 작품이나 앨범 준비를 하며 떡밥을 주지 않더라도 굶어죽지 않고 잘 기다려야한다. 또 공개방송이나 사인회에서도 잘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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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야기는 <안녕, 나의 취향!> 책을 통해, 이어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bookk.co.kr/book/view/69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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