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오왠 O.WHEN>
요즘은 모두가 대형 음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기 TOP 100을 반복 재생하며 같은 음악을 듣는 것만 같다. 그러나 최신 유행 음악만을 쫓아가는 이 흐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젯밤 우연히 SBS의 ‘더 팬(The Fan)’이라는 프로그램의 클립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영상 속에는 나만 아는 가수 ‘오왠’이 자신의 자작곡을 부르고 있었다(나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그의 노래를 즐겨 들어왔기 때문에 나만 아는 가수라 적고 싶었다). SBS의 <더 팬>은 셀럽이 나서서 자신이 먼저 알아본 예비스타를 국민들에게 추천하고, 경연 투표와 바이럴 집계를 통해 가장 많은 팬을 모아 최종 우승을 겨루는 신개념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음악을 접하기 어려운 요즘, 누군가의 소중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할 수 있다는 취지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오왠’을 추천했던 셀럽은 악동뮤지션의 ‘수현’이었다. 잠이 오지 않는 어느 새벽, 그의 노래를 듣고 감성이 폭발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던 그녀. 오왠을 추천하는 그녀의 눈빛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오왠의 <오늘>은 묵직한 공감의 힘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방송 직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낯선 반향을 일으켰다. 이상민은 “도대체 왜 안 떴냐, 내가 이 음악을 왜 몰랐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김이나 작사가의 소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듣자마자 꼭 남겨두고 싶어 손글씨로 일기장에 적어두었다.
"보통 창작의 영역에서 가수는 제외된다. 작사가, 작곡가가 만든 음악을 재생하는 플레이어로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창작의 완성이 온전히 가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오왠의 <오늘>이라는 곡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건가요’라는 가사는 사실 클리셰로 불릴 만큼 많이 쓰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 흔한 가사 한 줄이 이렇게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렸다는 것은 해당 가수가 남들과 다르게 표현해냈다는 것을 뜻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목소리와 전달력을 가졌다." - 작사가 김이나
나 또한 악동뮤지션의 수현만큼이나 이 노래를 또렷이 기억한다. 유독 생각이 많았고 어느 것 하나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날. 지독히도 우울했던 내 감정과는 정반대로 지는 노을이 너무나도 예뻤던 날. 오왠이 부르던 노랫말이 마음 아리게 들려왔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하루인데 / 나는 왜 이렇게 눈치만 보고 있는 건지 / 아쉬움은 나를 찾아 다가오네 / 나만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
노래에 위로받는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밤을 지새우던 나의 부끄러운 고민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나만 아프고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닐까.
벌써 12월도 중순을 넘어가려 한다.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며 누군가는 새로운 다짐을 하고 위로를 건넬 것이다. 올해도 수고했고, 내년에 또 힘을 내보자고. 이번 연말에는 조금 색다르게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추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 당신에게 소중했던 노랫말 한 줄이, 누군가의 하루에 큰 힘이 될지도 모르니까.